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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코로노멀’ 시대 과유불급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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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코로노멀’ 시대 과유불급은 없다

입력
2020.04.23 20: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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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주도 해리스버그의 주의회 의사당 앞에 몰려든 주민들이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활동을 재개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해리스버그 AP=연합뉴스
20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주도 해리스버그의 주의회 의사당 앞에 몰려든 주민들이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활동을 재개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해리스버그 AP=연합뉴스

“세계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을 것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발(發) 경제위기에 대해 이렇게 경고했다. 한 나라만의 문제도 아니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전쟁. 사람들은 이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보다 경제가 무너져 내리는 걸 더 무서워하는 듯하다.

전 세계 경제가 한번도 겪어본 적 없는 미증유의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코로나 뉴노멀, 즉 ‘코로노멀’ 시대를 겪은 자본주의의 모습은 또 어떻게 달라질까. 세계적 석학들의 조언을 담은 신간 2권에서 그 답을 구해보자.

세계 석학들이 내다본 코로나 경제 전쟁

리처드 볼드윈, 베아트리스 베더 디 마우로 엮음

매경출판 발행ㆍ224쪽ㆍ1만5,000원

◇과도한 대응이 차라리 낫다

‘세계 석학들이 내다본 코로나 경제전쟁’은 세계적 경제학자 26명의 진단과 처방을 모은 책이다. 저마다 쏟아내는 해법은 다르지만, 관통하는 메시지는 하나. 코로나 이전의 패러다임과 정책으로는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절대 버텨낼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에 해봤을 땐 어땠는데’ ‘그런 전례가 없는데’와 같은 말은 걸림돌만 될 뿐이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팬데믹 시대의 경제정책을 입안할 때 원칙으로 6가지를 주문하는데, ‘과유불급’은 현 시점에서 맞지 않다는 게 핵심이다. ‘지나치게 적은 조치보단 과도한 게 낫다.’ 물론 근본적 불확실성이 있을 때 지나치게 큰 비용을 쓸지, 적은 비용을 쓸지 위험분석이 필요하다고 전제한다. 그렇게 따져 봤을 때, 지금처럼 실물 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는 화폐의 시간 가치 또한 마이너스가 되므로 큰 비용의 낭비를 걱정하기보다는, 지나치게 적은 비용을 쓸 때 따라오는 사람들의 즉각적인 고통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응 과정을 다각화하고 의도치 않은 중복지원이나 부작용을 감수하라.’ 이 역시 비슷한 맥락인데, 많은 정책을 시도하다 보면 이중지급이 발생해 돈이 낭비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이 같은 리스크는 많은 사람이 배제되는 데 따르는 리스크보다 훨씬 작다고도 말한다.

폴 크루그먼 뉴욕 시립대 교수. AP=연합뉴스
폴 크루그먼 뉴욕 시립대 교수. AP=연합뉴스

◇재정건전성에 대한 집착 버려라

전문가들은 또 이번 코로나발 경제위기는 과거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경제 불안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이 아닌 재정정책을 통한 해결에 방점을 찍었다. 대표적인 재정확대론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 시립대 교수는 적자 재정을 감수하고서라도 대규모 공적 투자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이들을 향해서 크루그먼 교수는 “저금리 시대에는 적자 재정을 유지하면서도 부채 비율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며 “부채와 이자를 계산해보라”고 반박한다. 부채 위기도 경기부양 효과로 상쇄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일본이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민간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부채위기를 겪지 않고, 완전 고용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건 영구적 경기부양 정책 덕분이란 설명이다.

◇경제민족주의, 역 세계화를 경계하라

코로나19로 세계경제가 취약해지며 각국이 빗장을 걸어 잠그는 역(逆)세계화 현상이 벌어질 것에 대한 경계도 나왔다. 전 세계 공급망과 수요망이 끊긴 상황에서 각국은 보호주의적 행태로 치달을 공산이 적지 않다. 아담 포센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은 “두려움 때문에 자원을 독점하려는 행태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고립을 자초하는 건 비생산적인 일로 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 진단한다.

당장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인 독일의 생명공학 기업에게 거액의 돈을 제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미국이 성능 좋은 외국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진단 키트의 국내 생산에 매달리는 것도 백신 생산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경제민족주의의 발로란 지적이다.

책은 전 세계가 방역 노하우와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코로나19와의 전쟁에 대처하고 나서 듯,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국제적인 협력과 연대만이 유일한 길이란 점을 역설한다.

유발 하라리 교수. 연합뉴스
유발 하라리 교수. 연합뉴스

◇코로나 이후 ‘감시 자본주의’의 도래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쓴 기고문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 코로나19 이후 전염병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 하에 정부의 감시 체계가 정당화될 수 있을 거라며 빅브라더 사회의 출현을 경고한 바 있다.

초예측 부의 미래

유발 하라리 외 4명 지음ㆍ신희원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200쪽ㆍ1만5,000원

하라리는 신간 ‘초예측, 부의 미래’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전개하는데 빅데이터가 자유로운 시장을 없애고 사람들을 상품화하는 이른바 ‘감시 자본주의’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같은 발전된 기술의 시대에선 중앙 집중형 시스템이 훨씬 효율적이다 보니 권위주의 시스템도 기승을 부릴 것이란 전망이다. 감시 자본주의를 극복할 대안으로 시민권의 회복을 강조한다. 정부와 언론 등이 투명한 정보 공개와 민주적 절차를 지켜나갈 때, 시민사회는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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