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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없다” 현실론이 다시 불러낸 여의도 차르… 김종인, 통합당 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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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없다” 현실론이 다시 불러낸 여의도 차르… 김종인, 통합당 구할까

입력
2020.04.23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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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난파 위기인 미래통합당이 택한 선장은 결국 ‘여의도 차르’ 김종인이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이냐, 아니냐’를 놓고 옥신각신하던 통합당이 22일 비대위 체제로 전환을 결정했다. 본인의 결단과 전국위원회 의결이 남았지만, 김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통합당을 재건하고 2022년 대선 승리의 기틀을 닦는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통합당 최고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비대위 체제 전환과 비대위원장으로 김 전 위원장 영입을 확정했다. 현역 의원과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를 합쳐 142명 중 140명에게 전날 의견을 구한 결과 다수가 김종인 비대위 구성을 지지한 데 따라서다. 김 전 위원장은 이 같은 결정을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부터 전해 듣고 “23일까지 수락 여부에 대한 답을 주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 통합당은 28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 체제 전환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이날 공개된 설문조사 내용은 조기 전당대회 의견이 우세했던 지난 20일 의원총회 결과와 달랐다. 새롭게 당을 책임질 당선자들이 김 전 위원장에게 힘을 실은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당의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만한 역량을 갖춘 인사가 현재로선 김 전 위원장뿐이란 현실론이 자성론을 압도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경제 정책이나 문제적 인물에 대한 즉각 제명 결정 등 김 전 위원장이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리더십도 그에 대한 신뢰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김종인 비대위는 과반 지지를 얻지 못했다. ‘김종인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가 43%,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가 31%로 의견이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김종인 체제 출범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당 안팎에선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앞날을 결정지은 것에 대해 ‘인정하기 어렵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4ㆍ15 총선에서 낙선한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이 낙선한 의원들까지 포함시켜 당의 미래를 결정하는 게 적절한가라는 이유에서다. 정진석 의원은 심 권한대행을 겨냥해 “집 비우고 떠나는 사람이 ‘인테리어는 꼭 고치고 떠나겠다’고 우기는 형국”이라며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당선자 대회의 개최, 새 원내대표의 선출”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우 의원도 페이스북에 “아무리 급해도 모여서 토론도 제대로 해 보지 않고 전화 여론조사라니”라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헌ㆍ당규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비대위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2022년)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는 준비까지는 해줘야 한다”고 했다. 당헌ㆍ당규를 초월하는 ‘전권’과 ‘최대 2년의 임기’를 조건으로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비상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비대위에 긴 임기를 보장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비상체제를 길게 끌고 가겠다는 발상은 비정상적”이라고 주장했다. 통합당은 지난 2월 출범 당시 8월31일까지 전당대회를 열어 새 당 대표를 선출하기로 당규에 못박았다. 김 전 위원장에게 그보다 긴 임기를 보장하려면 당규를 고쳐야 하는데, 지금의 당 분위기 상 수정안이 전국위에서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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