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결정부터 시스템 구축까지 불과 한달
초반 접속ㆍ운영 장애 발생했으나, 실시한 것만도 ‘기적’
22일 서울 구로구 디지털시티에 마련된 EBS온라인클래스 현장기술상황실. 8평(26㎡) 남짓한 공간에 20여명이 디귿(ㄷ)자로 둘러 앉아 모니터 3대를 번갈아 주시하고 있었다. 이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유비온, SK브로드밴드, LG CNS 등 민간 정보기술(IT)기업의 정보통신기술 전문가들. 지난 9일 중ㆍ고 3학년 86만여명의 1차 온라인 개학 직후 ‘EBS온라인클래스’가 심각한 접속 장애를 일으키자 14일 이들 IT 전문가들이 참여한 현장기술상황실을 따로 꾸리고 김유열 EBS 부사장이 상황실장을 맡았다.
EBS온라인클래스는 초등 1, 2학년을 제외한 전국 초ㆍ중ㆍ고교생의 약 40%가 원격수업 때 이용하는 최대 학습사이트다. 애초 2,000명 가량이 접속할 수 있도록 설계된 소규모 교육 플랫폼 ‘이솦’이었으나, 지난달 교육부의 온라인 개학 결정으로 원격수업이 가능하도록 확대 개편됐다. 급하게 시스템을 바꾼 터에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의 순차 개학이 시작된 지난 9일 이후 접속자가 폭주하며 수 차례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20일 초등 1~3학년을 마지막으로 3차 개학 이후 접속ㆍ운영 장애가 잠잠해진 이날 교육당국이 현장기술상황실을 공개했다.
이날도 기술상황실에선 긴장감이 전해졌다. 오후 2시 30분께 온라인클래스 서버의 상태를 나타내는 모니터에 ‘경고’ 표시가 뜨면서 상황실이 갑자기 술렁였다. 비정상적 접속을 반복해 일부러 트래픽을 일으켜 서버를 마비시키는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이 의심되는 상황. 하지만 온라인클래스 서버 100곳 중 2곳에서 파일을 내려받겠다는 요청이 급증하면서 경고 표시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10여분 만에 해결됐지만, 언제든 이용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노출됐다. 고장원 EBS에듀테크 팀장은 “지금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고 아직 발견되지 못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불편사항 등을 반영해) 시스템 고도화 작업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선할 점이 적지 않지만 온라인개학과 원격수업 자체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교육부와 EBS가 전국 온라인 개학을 논의한 때는 지난달 중순. 이어 지난달 18일 온라인클래스 인프라를 증설하는 데 필요한 예산지원이 결정됐고, 다시 일주일여만인 25일에 교육당국과 EBS, IT업체 등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원격수업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은 셈이다. 김명중 EBS 사장은 “처음부터 300만명이 이용하는 시스템을 만들라고 했으면 준비하는 데 6개월에서 1년은 걸릴 일이라며 못한다고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상시국이라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는 것이다. 온라인클래스 하루 총 접속자는 초등 1∼2학년을 제외하고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450만여명 중 185만여명(21일 기준)에 달한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지난달 초 교육부가 요청할 때보다 이용자가 1,500배 늘었다”라며 “이렇게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이용자 폭을 늘릴 건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IT 전문가들은 원격수업이 원활하게 진행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온라인 개학 이후 비상체계를 구축해 서버 등 학습관리시스템 인프라 지원을 돕고, 유비온은 EBS 온라인클래스 구축과 기능 개발을 맡았다. SK브로드밴드는 콘텐츠 자료를 분산된 서버에 저장했다가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트래픽 분산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LG CNS는 시스템 긴급 진단을 시행해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오류가 발생했을 때 복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유열 부사장은 “초반에 경험이 적어 충분히 대비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고 인프라 확충도 최근의 일이라 다소 늦어진 부분이 있다”면서도 "지금까지는 EBS 온라인클래스의 안정화에 주안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시스템을 고도화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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