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압화 박물관 건립이 꿈”
“천년고도 경주를 꽃의 도시로 만들고 싶어요.”
한 명의 경주 토박이와 경주가 제2의 고향인 두 명의 ‘경주 며느리’ 등 압화(押花) 작가 3명이 경주의 자연과 문화재를 꽃으로 감상할 수 있는 압화박물관 만들기에 도전장을 던졌다. 경주터미널 인근에서 ‘이요공방’을 함께 운영 중인 황경애(54), 김정련(50), 이선미(42)씨 얘기다. 압화는 우리말로 꽃누름이라고 부르며, 생화나 나뭇잎 등을 건조시키는 공예 작품을 말한다.
이들은 4년 전만 해도 서로 일면식도 없었다. 황씨는 경주, 김씨는 대구, 이씨는 울진이 고향이다. 김씨와 이씨는 20~30년 전 결혼과 함께 경주에 정착했고, 4년 전 압화 취미교실에서 우연히 만나 친해졌다.
이들의 관심사는 첨성대나 다보탑 같은 경주의 문화유적을 어떻게 하면 압화로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느냐에 있었다. 소질이 남달랐던 이들의 작품은 단순한 취미 수준을 넘었다는 주변의 평가를 받았다. 경주에 미니 압화박물관을 세우자는 거창한 계획을 세웠고, 내친김에 3년 전 공동 작업실도 마련했다.
맏언니 격인 황씨는 “하다 보니 욕심이 났고, 작품활동을 하기엔 집이 좁아 셋이서 공동작업실인 ‘이요공방’을 열었다”며 “이전까지 만든 작품으로 공방을 채우고 새 작품을 더해 블로그에 올렸더니 전국에서 문의가 쇄도했다”고 설명했다.
취미로 시작한 압화지만, 나름의 원칙이 있다. 원재료인 꽃과 풀은 경주에 자생하는 야생화나 나무껍질 등을 고집한다. 작품배경이나 대상도 경주의 산과 들, 문화재가 주를 이룬다. ‘경주 며느리’들이 만든 가장 경주다운 작품 덕분인지 각종 공모전에도 수차례 입상했다. 김정련씨는 “경주의 풀과 꽃으로 천년고도를 재현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경주의 시화(市花)인 개나리는 꽃이 너무 얇아 쓸 수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건립 이전에 그 동안의 성과를 집대성한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될 즈음에 300여 작품을 엄선, 대중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경주를 담은 압화를 보고 힘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막내 이선미씨는 “압화를 하는 사람은 많지만 문화재를 압화로 체험할 곳은 경주뿐일 것”이라며 “미니 압화박물관을 개설해 경주의 관광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경주=김성웅 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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