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정상화 후엔 이익 나누는 구조
지원받으면 과한 성과급ㆍ배당 금지
일정 기간 정해진 고용량 유지하고
노사 고통분담안 등 자구책 내놔야
정부가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전기금’을 조성해 △항공 △해운 △조선 △자동차 △일반기계 △전력 △통신 등 7대 기간산업을 지원한다. 다만 정부는 ‘공짜는 없을 것’이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기금 지원을 받으려면 기업이 고용을 지키고, 정상화 후에는 정부와 이익을 나누는 등의 전제조건을 수용하라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가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거쳐 발표한 ‘일자리 위기 극복을 위한 고용 및 기업 안정 대책’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앞서 마련한 100조원+α 규모의 ‘민생ㆍ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통해 당장 급한 불을 껐지만, 기업의 자금 애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주력산업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며 40조원 기금 조성의 이유를 설명했다.
기금 지원 대상은 항공, 해운, 조선, 자동차, 일반기계, 전력, 통신 등 7개 주요 기간산업이다. 구체적인 대상은 별도 법령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고, 상황에 따라 대상이 확대될 수도 있다. 기금 재원은 국가가 보증하는 기금채권을 발행해 조달한다. 이를 위해 국회의 동의를 받을 예정이다.
지원은 산업 특성과 개별기업의 수요에 맞춰 전통적인 지원 방식인 △대출 △지급보증과 △특수목적기구(SPV)ㆍ펀드를 통한 ‘출자’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히 출자는 정부가 조성한 기금이 직접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으로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과거와 달리 출자가 추가된 건, 직접 지분을 사들여 기업 지원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에 정부는 기금 운용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일 ‘기금운용심의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다만 기금 지원 후에도 기업 경영의 자율성은 충분히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동시에 정부는 ‘공짜는 없다’는 원칙을 명확히 했다. 우선 지원한 기업이 정상화되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정부가 나눠가질 장치를 도입했다. 총 지원금액의 15~20% 정도를 전환사채(CBㆍ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 등으로 지원해 기업이 정상화 되면 주식으로 전환한 뒤, 정부가 배당을 받거나 주가 상승 차익을 얻겠다는 것이다.
또 지원금을 받는 기업은 고용안정 등을 위해 노사가 고통분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정기간 동안 정해진 고용량을 유지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산은에 통보돼 가산금리가 부과되거나 지원자금이 줄거나 회수될 수 있다.
지원을 받은 후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하거나 배당을 하는 것도 금지한다. 지원자금을 전액 상환하기 전까지 퇴직금이나 성과급을 통해 고액연봉을 받지 못하도록 도덕적 해이 방지장치도 넣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미국이나 독일 등의 제도를 참고했다. 미국은 항공업에 금융지원을 하면서 대출금의 일부를 CB 같은 주식연계증권으로 취득하는 권리를 보유했고, 독일도 경제안정화기금이 기업을 지원할 때 보통주나 이익참가부사채 등을 매입해 정상화에 따른 이익을 공유하도록 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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