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연맹(UEFA)이 처음으로 일부 리그의 시즌 취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파장 예측이 불가능해지자 내린 결정이다. 최근까지 강행 의지를 내비치던 모습과 반대된다.
UEFA가 55개 회원국과 영상회의를 마친 후 “‘특별한 경우’ 리그를 취소할 수 있다”며 “그러나 국내 리그와 컵 대회를 마무리 짓는 것을 강하게 권고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고 22일(한국시간)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UEFA가 시즌 취소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즌 취소 결정은 현재 상태로 최종 순위를 정하거나, 여태까지의 결과를 무효화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지난 3일 리그를 종료하려는 벨기에를 향해 “수개월 내 (리그) 재개를 확신한다”며 “현시점에서 시즌을 마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몰아붙였던 모습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BBC는 이에 대해 “언제 다시 축구를 시작할 수 있을지 불확실해, 세부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지자 몇 국가의 경우 시즌 완주가 불가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여전히 시즌을 마치는 것이 권고 사항이다. UEFA는 “(취소와 같은) 특별한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여전히 각국의 1부리그와 컵 대회를 마치는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다”고 했다. 또 “만일 리그나 컵대회가 취소될 경우를 대비해 클럽 대항전 참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국내 리그가 재개되지 못한 채 시즌이 끝날 경우,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UCL)나 유로파리그 등 클럽 대항전에 나설 팀을 선정하는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선은 각국의 리그가 ‘UEFA 계수’를 활용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고 22일 전했다. UEFA 계수는 유럽 내 대항전 출전 시 시드 배정을 위해 개별 클럽의 순위를 매기고자 사용하는 통계로, 최근 5년간 UCL, 유로파리그에서 거둔 성적을 기반으로 한다. 이 방법이 현실화되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현재 리그 순위와 딴판인 결과가 나온다.
본래 EPL에서는 상위 4개 팀이 다음 시즌 UCL에 진출하는데, 현재 순위대로라면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레스터시티, 첼시 순이다. 맨시티가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위반으로 2020~21, 2021~22시즌 UEFA 주관 클럽 대항전 출전이 금지되면서 5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까지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UEFA 계수를 적용하면 맨시티와 리버풀, 맨유, 아스널이 출전하게 된다. 맨시티가 빠지면 계수 5위인 토트넘까지 출전할 수 있다. 아스널과 토트넘은 각각 EPL 9위, 8위다.
선은 “EPL 클럽들은 UEFA의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에 맞서고자 변호사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 방안이 실현된다면 분쟁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