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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Wide] 코로나19가 끝나면 온라인 예배는 사라져야 할까

입력
2020.04.22 16:00
수정
2020.04.22 17: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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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Wide는 국내외 주요 흐름과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 리포트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중인 지난 12일 부활절을 맞아 경기 성남시 분당소망교회가 신자들의 사진을 예배당 좌석에 붙여놓고 온라인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중인 지난 12일 부활절을 맞아 경기 성남시 분당소망교회가 신자들의 사진을 예배당 좌석에 붙여놓고 온라인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1 초등학교 3학년 A군은 교회 선생님과 줌(Zoom)으로 성경읽기를 진행하고 있다. 모니터로 얼굴을 보며 성경을 한 구절씩 번갈아 가며 읽은 후, 성경 말씀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물론 어색하지만 평소 주일 같으면 성경공부 시간이 짧고 장소가 복잡해서 충분한 나눔이 쉽지 않았는데 시간과 공간 제약을 받지 않으니 편하게 성경공부를 진행할 수 있다. 지난번 부활절 계란 선물은 ‘드라이브-스루’로 받아왔다.

#2 70대 B씨 부부는 유튜브를 통해 거실에서 주일예배를 드린다. 예배당 아닌 모니터로 기도하고 성경말씀 듣는 것이 생소하고, 한편으론 도무지 예배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병 때문에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터라, 이렇게라도 예배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주일헌금은 인터넷뱅킹으로 송금했다. 이 부부는 아침마다 제공되는 기도 영상으로 신앙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교회의 모습이다. 두 달 전만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다. 현장예배가 취소되거나 영상으로 대체되었고, 제한적으로 진행하더라도 입구 체온측정과 2m 좌석간격유지 등 방역에 힘을 쏟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일부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고 이후에도 온라인예배 전환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세계적 위기 앞에 대부분 교회는 개인의 신앙생활자유와 예배 참여를 고집하기 보다는 교회의 공적 책임을 강조하며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힘을 보탰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와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개신교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가 한국교회에 미친 영향’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3월 마지막 주일에 61%의 교회가 온라인예배로 전환했다고 응답했다. 현장예배의 중단결정을 잘한 것이라고 87%가 생각했고, 90%는 온라인예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부의 방역강도 완화로 대부분 교회들은 중단됐던 현장 예배를 곧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온라인예배는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더라도 상당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전망이다.

온라인 예배도 예배인가

온라인 예배에 대한 입장은 교단과 학자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현장 예배가 참된 예배라는 입장이 많지만, 그렇다고 현장 예배만 절대유일의 선이라고 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영남신학대 김명실 교수(예배학)는 로마 박해 당시 가정과 카타콤(지하묘지공간)에서 드렸던 예배를 근거로 “온라인 예배로 대체해도 주일성수(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일) 개념을 훼손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신대 교수회는 공예배(교회에 모여 드리는 공식예배)의 중요성을 절대화할 위험성을 경계하면서, 전염병 발생 시 진영 밖으로 격리시켰던 구약을 근거로 예배장소와 삶의 자리에 정결함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장신대도 총장 서신으로 보낸 ‘영상 예배에 관한 지침’을 통해 미디어로 예배를 드릴 때 감동과 의미가 퇴색되거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예배환경과 순서에도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사실 개신교인들에게 ‘주일성수’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구약의 안식일과는 조금 다르지만,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며 드리는 주일예배는 그 자체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신앙생활이다. 역사적으로 전쟁과 재난 상황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 같은 가상의 예배와 체험은 ‘진짜가 아니다’는 부정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온라인 예배형태와 교회의 존재방식에 대해선 차제에 좀 더 깊이 있는 연구와 합의가 필요하다.

세계 최대 온라인교회 '라이프닷처치(life.church)'의 초기 화면.
세계 최대 온라인교회 '라이프닷처치(life.church)'의 초기 화면.

온라인 예배에서 온라인 교회로

교회의 온라인 사용은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첫 번째는 기존의 교회 홈페이지나 유튜브를 통해 설교와 예배영상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경우이다. 환자나 장애인처럼 부득이 현장예배에 참석할 수 없는 교인들의 예배생활을 돕는데 매우 유용하다. 예배 영상을 업로드하여 편안한 시간에 설교를 다시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다만 이것은 오프라인 모임 참여를 전제로 한다.

두 번째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교회의 탄생이다. 온라인교회는 코로나19와 관계없이 이미 전 세계적으로 꽤 확산되어 있는데, 1990년대 영미권에서 처음 등장했다. TV로 예배실황을 중계했던 미국의 텔레 에반젤리즘(Tele-evangelism)처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이버교회들이 교단의 승인 하에 정식 설립되었다. 미국에서는 1994년 장로교 목회자인 찰스 헨더슨이 온라인 교회를 설립한 이후, 98년 감리교회에서도 알파교회(Alpha Church)가 탄생했다, 영국에서는 1998년 처치오브풀즈(Church of Fools)와 99년에 웹처치(Webchurch)가 설립되었다.

최근 가장 성장한 교회는 라이프닷처치(Life.Church)이다. 미국 내 최대 온라인 교회 중 하나로 1996년 차고에서 시작해 20여년 지난 지금은 매주 7만명 정도의 성도가 온라인으로 예배에 참석한다. 10여년 전부터 구역 또는 교구 모임에 해당하는 ‘인터넷 캠퍼스’를 열었다. 신자들은 가상 교회(virtual church)에 출석하고 성경앱을 통해 주일학교를 포함한 신앙 생활을 영위하며 채팅으로 신앙상담을 하거나 함께 기도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매주 4만여 명이 온라인으로 예배하는 하이랜드처치(Church of the Highlands)와 노스포인트커뮤니티처치(North Point Community Church), 약 2만5,000여 명이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새들백처치(Saddleback Church)와 캘버리교회(Calvary Chapel Fort Lauderdale) 등이 있다.

성도들의 만족도도 꽤 높다. 2004년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영적이고 종교적인 이유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고 답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영적 경험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이상, 온라인 신앙생활이 그런 필요를 채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문제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교회는 기본적으로 교인들에게 소속감을 제공하는데, 온라인교회도 그런 소속감을 줄 수 있을까? 일시적이거나 보완적이라면 몰라도 온라인예배만으로도 건강한 신앙생활이 지속 가능할까? 세례와 성만찬과 같은 성례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현실적으로 교회의 운영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미완성 상태로 남아 있다.

새로운 변화는 위기일까, 기회일까?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작됐지만, 코로나19가 해소된다고 해서 온라인예배가 백지화되지는 않을 것 같다. 환자나 장애인이든 또 다른 이유에서든 교회에 가기 힘든 사람들이 존재하고, 이들도 예배 참여를 원하는 만큼, 온라인 예배 방식은 어떻게든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교회는 이제 온라인 성도까지 목회 대상으로 염두하고 교회 업무를 진행하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

신학적으로는 ‘교회론’의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 두 세 사람이 함께하는 신자 모임으로서 교회공동체 개념을 이젠 정서적, 인격적, 관계적 연대가 가능한 모든 공간으로 확대하는 보다 유연한 해석과 적용이 필요해 보인다. 신학자 피트 워드(Pete Ward)는 ‘유연한 교회’(Liquid Church) 개념을 제안하면서 고정적 모습이 아닌 새로운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교회론을 주장한다.

물론 하나님과 신자들의 인격적 만남, 성스러운 상호작용을 전제로 하는 현장예배를 온라인 예배가 완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주일성수와 공예배에 입각한 한국 개신교회의 예배전통도 지속될 것이다. 다만 온라인예배는 현장예배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의 교인들까지 배려하고 이끌 수 있는 새로운 보완방식이 될 것이고, 이는 갈수록 위축되어가는 한국 교회에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인터넷에 익숙한 청년과 청소년들에게는 현장예배와 함께 병행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개신교는 1020세대가 점점 교회에 나오지 않는 현실에 직면해 있는데, 온라인 예배가 이들에겐 좋은 유인이 될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국면에서 온라인예배처럼 한국교회가 유연성을 보여준다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교회됨을 유지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김승환 목사

김승환 목사는 공공신학과 도시신학을 전공했으며 장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문학&신학 에라스무스 연구원’에서 새로운 교회운동을 연구하며 목회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저서로 <남자 영웅을 꿈꾸다>, 공저 <우리시대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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