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의자 가져가시면 안 돼요!”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졌던 지난 15일 정오 무렵 경기 용인시 죽전동의 한 스타벅스 매장. 인근 초등학교에서 투표를 마치고 몰려든 손님들과 직원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자리를 찾지 못한 손님들이 매장 한편에 쌓여있던 테이블(탁자)과 의자를 옮기려 한 것이다. 손님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매장 내부 테이블 수를 줄였다는 직원의 설명을 듣고서 다른 카페를 찾아 나섰다.
전국 스타벅스 매장 1,400곳에서 의자와 테이블이 확 줄었다. 사측이 모든 매장에 테이블과 좌석의 간격을 벌리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좌석의 3분의 1이 감소했다. 일상을 멈추는 수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영원히 지속할 수 없는 만큼, 모든 장소에서 물리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2일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 따르면 이달 6일부터 매장 내 사회적 거리두기 활동을 시행 중이다. 먼저 손님들이 사무실이나 독서실처럼 사용하는 널찍한 다인용 테이블의 경우 의자 간격을 1~1.5m씩 벌렸다. 양편에 의자가 3개씩 배치된 6인용 테이블이라면 가운데 의자 2개를 없애는 식이다. 테이블 사이의 거리도 벌렸고 의자도 2개씩으로 제한했다. 계산대 앞에는 테이프로 안전선을 그려 고객과 직원의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모든 직원에게 주 5일 근무 기준 하루 1개씩 마스크를 지원해 착용케 하고 매장에 손 세정제도 비치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매출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안전한 이용을 위해 좌석을 줄였다”면서 “대다수 고객이 취지를 이해하고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국민의 사회활동을 중단할 수 없는 만큼 개개인의 방역 의식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물리적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바이러스를 담은 비말이 서로에게 닿지 않도록 사람들 사이에 1, 2m 정도의 거리를 확보하는 한편, 마주보는 상황을 피하자는 것”이라면서 “식당이나 카페를 완전히 닫기보다는 스타벅스처럼 좌석을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식당의 경우 탁자 위에 차단막을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보기는 흉해도 물리적인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다만 이러한 방역활동이 소규모 자영업자 매장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테이블 수 축소는 즉각 매출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당장 대형업체들 사이에서도 시행이 어렵다는 입장이 나왔다. 전국에 2,800여개 가맹점을 두고 있는 이디야의 관계자는 “직영점이 10개 정도인 현실에서 가맹점주들에게 테이블을 줄이라고 강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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