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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시 봄, 한반도에 피는 연대와 협력의 꽃

입력
2020.04.23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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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대화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대화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년 전 오늘, 정부는 군사분계선 일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 중단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조치였다. 그러자 북한 역시 우리 쪽을 향해 실시해 온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더 이상 시끄러운 소음으로 고통받지 않고, 우발적인 충돌이 일어날까 두려움에 시달리지도 않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나흘 뒤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는 알려진 대로다. 두 정상은 ‘판문점선언’이라는 결실을 맺고, 이제 남북이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며 평화와 번영, 통일의 길을 걷겠노라 선언했다. 한반도에는 완연한 봄이 찾아 왔다.

정상회담이 끝나고 한 어르신께서 통일부에 찾아오셨다. 평소 정부의 대북정책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셨던 분이었지만, 남북 정상이 이룬 결과를 보고 1,0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기탁하시면서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남북 철도 연결 공사에 써달라고 하셨다. “남북 철도 연결 공사에 돌 하나, 모래 한 줌이라도 보태는 게 국민 된 도리”라고 하신 말씀이 생생한 감동으로 기억된다. 이렇게 남북 철도협력에 보내주신 관심과 애정은 한반도의 봄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해 12월 철도ㆍ도로 연결 착공식이 개성 판문역에서 열렸고, 어르신은 직접 현장에 참석하셨다. 지금은 다시 멈춰 있는 경의선 철도를 바라보면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판문점선언 이후 어느덧 2년이 흘렀다. 길가에 꽃이 피었지만, 어쩐지 아직 봄이 온 것 같지 않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은 전통적 안보 위협 못지않게 비전통적 안보 위협 요인에 주목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대한 전 지구적 연대와 협력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온 국민의 하나된 마음과 절제된 행동, 그리고 어려울 때 더 커지는 넉넉함으로 전대미문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고 있으며, 세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바로 우리 정부가 글로벌 이슈를 선도하고, 새로운 안보협력 모델 구축을 주도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한반도의 봄을 늦추는 듯하지만, 조금씩 짙어지는 봄 향기까지 막을 수 없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53.4%의 국민이 보건 분야 협력이 향후 남북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비록 남북이 오랜 세월 나뉘어 살고 있지만 같은 하늘 아래 마주보고 살아가는 운명공동체임은 변함이 없다. 우리 국민이 기다리는 진정한 봄은 한반도에 사는 모든 주민이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것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ㆍ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의 원리에 따라 온 겨레가 다시 마음 놓고 함께 웃을 수 있도록 판문점선언의 약속을 기억하자. 그 안에 담긴 연대와 협력의 정신을 행동으로 실천해 나가자. 2년 전 어르신의 말씀을 되새겨본다.

서호 통일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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