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 29곳 중 17곳 A급 이하
“방치 땐 자금 부족으로 영업정지”
2차 지원대상에 포함 긍정 검토
금융당국이 신용등급이 낮은 ‘A급’ 이하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를 ‘2차 채권담보부증권(P-CBO) 프로그램’을 통해 발행하는 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돈맥경화’를 겪고 있는 중소 캐피털ㆍ카드사(여신전문금융사)들을 돕기 위해 정부 보증을 통한 신용보강을 해주겠다는 취지다. 발행 시점은 6월 말로 예상된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여신업계와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여전채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들은 은행과 다르게 수신기능(예금 등)이 없어 영업 자금 대부분을 여전채를 통해 조달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대출 상환 지연 우려가 커지며 자금 경색을 겪고 있다. 지난달 여전채 순발행액이 1월에 비해 89.1% 감소할 정도다.
이에 따라 정부는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통해 여전채 매입에 나섰지만, 매입대상을 ‘AA-급’ 이상 여전채로 제한했다. 시장에서 외면 받는 여전채는 대부분 ‘신용등급 A급 캐피털사’들이 발행하는 여전채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금난이 가장 심각한 회사들은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29곳의 캐피털사 중 A급 이하는 17곳에 달한다. 금융지주사 계열이 아닌 대부분의 중소 여전사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캐피털사 관계자는 “A급 캐피털사들을 이 상태로 방치하면 6월쯤 자금난으로 영업을 정지하는 회사가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가 7일 5조원 규모의 ‘코로나19 P-CBO’ 지원 대상에 캐피털사를 포함시키기로 했지만 이 또한 중소 캐피털사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코로나19 P-CBO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고, 신용등급이 낮아 채권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의 채권을 묶어 정부가 보증을 제공하는 제도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신용등급이 보강돼 시장에서 흡수가 가능하다. 그러나 14일 지원 신청이 마감된 약 5,000억원의 1차 코로나19 P-CBO는 두산 등 사정이 더 급한 기업들의 몫이었다.
결국 금융당국은 5월 중순 신청 받아 6월 말 실행 예정인 ‘2차 코로나19 P-CBO’ 지원 대상에 A급 이하 여전채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제 지원 대상으로 적합한지는 각종 조건 등을 따져봐야겠지만 A급 캐피털사들에게 P-CBO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전했다.
정부가 전날 P-CBO 공급 규모를 5조원 추가 확대키로 한 점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비싼 단기금융상품인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로 6월 말까지 최대한 버틴 후 2차 P-CBO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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