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역 일대 18개 중 16개 ‘휴업’
북창동 먹자골목도 14개 중 9개 영업 중단
중소 숙박업소들 “우리만 회복 못할까 겁나”
서울 중구 명동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김모(41)씨는 최근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심사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월부터 단 한 명의 손님도 찾지 않으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해서다. 김씨는 “3년 전 게스트하우스를 열 때 진 빚을 거의 갚았는데 불과 세 달 만에 원상태가 됐다”며 “신용보증재단이 3,000만원을 지원해준다지만 오는 7월까지 예약이 제로라 앞이 캄캄하다”고 하소연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에 도심의 관광호텔과 비즈니스호텔, 게스트하우스 등 중소형 숙박업소들이 초토화됐다. 코로나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감소하며 번화가에 점차 활기가 돌아도 숙박업소에는 적막감만 흐른다. 업주들은 “현 상태로는 살아날 기미조차 안 보이는 게 더 큰 고통”이라며 절망감을 호소한다.
23일 서울 중구 지하철4호선 명동역 인근 명동 8길에 자리잡은 중소 숙박업소 18곳을 직접 확인한 결과 영업 중인 건 2곳에 불과했다. 14곳은 기간을 정해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나머지 2곳은 영업 재개 시점조차 공지하지 않은 채 문을 닫아걸었다. 한 3성급 관광호텔 관계자는 “예년 이맘때에는 예약률이 적어도 90%는 됐는데, 지금은 10%도 안 된다”며 “우리가 운영하는 관광호텔 세 곳 중 두 곳은 이달 1일자로 이미 휴업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같은 날 점심 무렵 중구 북창동 먹자골목 주변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먹자골목은 점심을 먹으러 온 직장인들로 북적댔지만 중소 숙박업소들은 14곳 중 5곳을 제외하고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게스트하우스 한 곳은 아예 폐쇄 뒤 철거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손님들에게 게스트하우스 위치를 알렸던 입간판은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와 달리 근처 인근 유명 음식점 앞에서는 40명 가량의 손님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유독 도심 숙박업소 침체가 장기화되는 건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영향이 절대적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입국제한 조치 시행으로 이달 15~22일 하루 평균 입국자는 86명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하루 평균 4만4,264명에 비해 무려 99.8%나 감소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감염을 우려하는 시민들도 생활시설 공유를 꺼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이민하(22)씨는 “중간고사가 끝나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호텔을 예약하곤 했는데, 지금은 찜찜해서 그냥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
중국인 등 해외 관광객만 바라보며 우후죽순 세워진 숙박업소들을 꼬집는 시선도 있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으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된서리를 맞은 2016년 하반기 이후에도 서울 도심 지역에는 중소형 숙박시설이 끊임없이 들어섰다. 서울 중구의 회사에 다니는 김모(43)씨는 “지난 몇 년 간 자고 일어나면 또 하나가 생길 정도로 경쟁적으로 관광호텔을 짓는 게 불안하긴 했다”고 말했다.
숙박업소들이 줄줄이 문을 닫자 청소 등으로 생계를 이어온 노동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 4시간씩 청소를 하던 손모(57)씨는 “업주가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오지 말라고 했다”며 “몇 달 간 손님이 하나도 없으니 이해는 되지만 다른 일도 구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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