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검토한 바 없어”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올해 수능 출제 범위에서 고3 교육과정을 제외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두 달간 학교 수업이 파행 운영된 올해 고3을 배려해 시험 범위를 축소, 재수생과의 형평성을 맞추자는 취지다.
김 교육감은 21일 도교육청에서 간담회를 열고 “고3 학생들이 시험 적응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전 과정을 시험 범위에 넣는 게 옳으냐’란 물음이 있다”며 “반수생, 재수생 등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수능 범위에서 고3 교육과정을 털어내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고3 교육과정을 마친 반수생, 재수생 등과 똑같은 경쟁은 불공평하다”며 “과감히 시험범위를 줄이는 게 국가가 학생들에게 정직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개학 연기가 장기화하자 올해 수능을 2주 연기했지만, 여전히 고3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선 대입 준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학교에서는 내신성적 산출을 위한 1학기 중간고사, 기말고사 일정조차 확정 짓지 못하고 있고 학생들은 비교과 활동은 물론 ‘등교수업’조차 불가능해지면서 수시에 활용할 학교생활기록부도 채우지 못하게 생겼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3 전국단위 첫 모의고사인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도 이르면 5월 12일에나 치러질 예정이다.
반면 교육부에서는 수능 출제 범위 축소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식적인 제안이 없었다”며 “수능 출제 범위를 바꿀 계획은 없고, 수능 난도도 당초 발표대로 6월과 9월 모의평가를 통해 예년과 유사하게 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수능 출제 범위 축소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능 출제 범위는 2년 6개월 전에 정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각 고교에서 수업을 편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같은 과목이라도 어느 학교는 2학년 2학기 때 배우고, 어느 곳은 3학년 1학기 때 배우기도 한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도 이날 신학기 개학 준비 추진단 회의 결과를 설명하며 “고등학교는 학교마다 2학년 때, 3학년 때 배우는 과목이 다 다르고 선택 과목이 있어서 수능 출제 범위 조정은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고 선을 그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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