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판 뉴딜정책 효과 기대
외국인 근로자 떠난 농어촌
4~6월 농번기 일손 부족 비상
시, 실업자에 교통ㆍ숙박비 지원
현지 보내 농사일 지원키로
지자체들 “지역 인력이동 환영”
초단기 일자리 연결로 서로 ‘윈윈’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격심한 일손 부족을 겪는 농촌을 위해 초단기 일자리 사업을 추진한다. 코로나19로 양산되고 있는 대규모 도시 실업자들을 활용한 것으로,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동시에 농번기 농가 지원을 노린 ‘일석이조’ 정책이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취업자 수 최대폭 감소 등 빨간불이 켜진 경제상황을 코로나19에서 구해낼 ‘서울판 뉴딜 정책’으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뉴딜은 1930년대 미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공황 극복을 위해 추진한 일련의 경제 정책이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당국은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농번기 인력 수요를 파악, 실업 상태의 시민들을 농촌으로 보내는 농번기 초단기 일자리 사업을 내부 조율 중이다. 해당 지자체는 방역 소독된 안전한 숙소를 확보해 공급하고, 서울시는 농촌 현장으로 향하는 인력들에게 왕복 교통비와 숙박비, 보험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인건비는 농가에서 부담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에는 일자리가 부족하고, 농촌은 일손이 부족해 쉬고 있는 실정”이라며 “각 지자체와 협력해 ‘윈윈’하는 판을 짠다면 모두에게 득이 될 것으로 보고 실무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고용 유지를 위해 고용보조금, 실업수당 등을 재정에서 지출하고 있으며, 대외협력기금을 통해 재원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4월~6월 농번기 농촌은 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농, 고령화로 의존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본국으로 빠져나간 뒤 코로나19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가 확산하던 2월 마지막 한 주에만 5,0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출국했다. 고용허가제를 통한 입국 외국인 근로자도 지난달 말 기준 720명에 그친다. 작년 동기 대비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일손이 달리면서 인건비는 지난해 7만~8만원에서 현재 13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이마저도 선불로 임금을 치러야 일손을 구할 수 있다. 마늘·양파 수확기에 들어간 전남 신안군의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현재 13만원 수준이지만, 비 소식이 있을 경우엔 17만원까지 올라간다”고 말했다.
전북 무주군에서 사과 농장을 운영하는 강모(68)씨도 “꽃 솎기를 앞두고 많은 일손이 필요하지만 작년 대비 3배 가까이 비싼 항공료(베트남 왕복), 입국시 거쳐야 하는 14일의 자가격리(140만원)에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 최대 사과재배지인 경북 영주시도 이달 초 외국인 근로자 94명을 받을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로 단 한 명도 입국하지 못했다.
서울시의 계획에 각 지자체는 환영일색이다. 이영일 강원도 농정국장은 “대도시 유휴 인력을 농촌으로 보내는 계획은 현재로선 가장 효과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김산 전남 무안군수는 “대도시가 그렇게 나서준다면 바로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 봉평에서 명이나물 농사를 짓는 곽달규(67)씨는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현장이 많지 않아 대도시에서 인력지원이 이뤄지면 농촌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농가에서도 도시에서 온 인력에게 농촌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여러모로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취업기간이 짧아 자원봉사 성격이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간 인력 이동에 대한 부담이 있다”며 “정부 정책 등 사태 추이를 봐가며 일자리 플랫폼 업체와 연계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영주=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춘천=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무안=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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