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단독]유령 연구원으로 20억 가로채... ‘검은 민낯’ 엘리트 심판대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단독]유령 연구원으로 20억 가로채... ‘검은 민낯’ 엘리트 심판대에

입력
2020.04.22 04:30
수정
2020.04.22 10:03
10면
0 0

지방공기업평가원 고위 간부 출신 등 5명

가짜 연구원 등재 수법 총 20억원 가로채

차명계좌 제공 대학교수 등 9명도 약식기소

평가원 측 “고강도 조직쇄신” 감사실 신설

연구과제 상시 감시체제 개편, 3진 아웃제도

정책 연구용역을 수주한 뒤 허위로 연구원을 등재해 20억원이 넘는 인건비를 빼먹은 행정안전부 산하 지방공기업평가원 출신 간부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입금 계좌 등을 제공하며 비리에 가담한 대학교수들도 약식 기소됐다. 눈 먼 돈으로 알려진 연구비를 착복한 평가원 출신 간부나 가담한 이들은 모두 석ㆍ박사 학위 보유자거나 회계사 등 전문직인 고학력 엘리트였다. 무려 13년에 걸친 법정 기관의 오랜 비리 사건이 검찰 수사로 일단락된 가운데, 행안부의 조속한 개선안 마련 요구를 받은 평가원 측은 고강도 조직 정비에 나섰다.

21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는 지방공기업평가원 책임전문위원 등을 지낸 방모ㆍ황모ㆍ김모씨 등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20일 불구속 기소했다. 또 평가원 경영평가실장 출신인 김모씨와 투자분석센터장을 지낸 장모씨 등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최근 구속한 고위 간부 출신 2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사정당국과 평가원 등에 따르면, 평가원 간부 출신인 방씨 등 3명은 평가원 책임연구원 자격으로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공기업 등이 발주한 연구용역을 수행하면서 수년에 걸쳐 외부 인사를 허위로 프로젝트 참여 외부 연구원으로 등록시키고 각각 5,000만원에서 많게는 4억원대의 인건비를 착복한 혐의를 받는다. 구속된 장씨 등 고위 간부 2명은 동일 수법으로 수년간 수백회에 걸쳐 약 15억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 등은 가짜 연구원으로 올린 지인들 명의의 통장계좌로 인건비를 이체한 뒤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도 받는다. 평가원 출신 5명이 가로챈 연구비만 20억원이 넘는다.

검찰은 평가원 간부들에게 허위 연구원 등재를 묵인하고 차명계좌 등을 빌려준 대학교수 등 9명도 사기 방조 혐의로 약식 기소했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정식 재판이 아닌 법원의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형을 내려달라고 청구하는 절차다.

법의 심판을 받게 된 14명은 대부분 석ㆍ박사 학위 보유자이거나 전ㆍ현직 대학 교수나 강사, 회계사ㆍ세무사 등 전문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윤리를 어겨가며 뒷돈을 챙기고 도와주는 엘리트 계층의 검은 민낯이 검찰 수사로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피고인 중에는 이번 학기에도 강의를 맡은 서울의 K 사립대 교수나 지방 국립대 교수도 있었다.

이번 사태로 평가원 출신들은 모두 파면 등 인사 조치됐다. 행안부는 평가원 고위 간부 출신 2명의 구속 사실을 다룬 본보 보도(4월 6일자 10면 참조)가 나오자 비위자 엄중조치와 함께 지방공기업평가원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도록 지도ㆍ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평가원 측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외부 연구원의 연구과제를 상시 검증할 수 있도록 상설 감사실을 신설하고 여러 쇄신책을 마련 중이다. 20일 퇴임한 박동훈 전 이사장은 “대부분 비리는 평가원이 2017년 법정기관으로 체계를 갖추기 전에 발생한 것”이라며 “최근 강도 높은 쇄신책을 마련한 만큼 재발 사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평가원 임직원도 다른 기관과의 형평성 등을 감안해 비위 발생시 공무원에 준해 처벌될 수 있도록 지방공기업법 개정 추진을 행안부에 제안했다. 행안부는 관련 법 개정 추진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