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세계의 생산ㆍ소비 활동이 멈춰서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절벽’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달 들어 전체 수출액이 4분의 1 넘게 급감했으며,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반도체 수출마저 10% 넘게 위축됐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4월 1~20일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9%(79억9,000달러) 줄어든 217억달러로 집계됐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액은 16.8% 쪼그라들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2월(-11.9%)과 3월(-6.4%) 감소폭을 웃돌았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14.9%나 급감하며 전체 수출액을 끌어내렸다. 지난 2월 수출이 8.7% 늘어나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3월(-3.0%)은 물론 이달 1~10일(-1.5%)보다 감소폭이 확대된 것이다. 반도체 수출 물량은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출하량 급감 등에 따른 단가 하락의 영향을 받았다.
승용차(-28.5%), 자동차 부품(-49.8%), 무선통신기기(-30.7%) 등 주요 품목 수출액도 일제히 급감했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석유제품 수출액도 53.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중국(-17.0%), 미국(-17.5%), 유럽연합(EUㆍ-32.6%), 베트남(-39.5%), 일본(-20.0%) 등 대부분 지역에 대한 수출이 모두 위축됐다.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 일본을 본격적으로 덮치기 시작하면서 공장 가동이 멈추고 소비가 얼어붙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대중국 수출은 6.2% 줄었지만, 미국(16.8%), EU(9.5%), 일본(13.1%)에 대한 수출액은 모두 증가했었다.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8.6%(57억5,000만달러) 감소한 252억달러로 집계돼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는 34억5,5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가 월말까지 이어질 경우 98개월 간 이어져온 무역수지 흑자 행진은 이달 깨지게 된다.
다만 관세청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수입은 월초에, 수출은 월말에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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