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비롯한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신임 위원 3명과 연임 위원 1명이 21일 새 임기를 시작했다. 이들은 취임사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며 금통위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위원들 중 일부는 경제 여건 변화에 따른 한은의 적극적 역할론을 화두로 던지기도 했다.
한은 역대 최초의 연임 금통위원인 고승범 위원은 이날 발표한 연임사에서 한은이 위기에 대응해 적극적인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 위원은“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어려움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위기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년간 금통위원을 맡은 고 위원은 3년간 더 금통위에 참여한다.
4년 만에 한은으로 복귀한 서영경 위원도 취임사를 통해 한은이 최근 잇따른 유동성 공급책을 내놓은 점을 지적하며 적극적인 역할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서 위원은 “한은 출신으로서 중앙은행의 업무와 정책에 대해 비교적 잘 안다고 생각해 왔지만, 코로나19가 중앙은행의 역할에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는 한국은행 역사에 있어 하나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경기부진과 고용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전례 없는 통화정책이 뉴노멀(새로운 정상 상태)이 될 수도 있겠다”고 했다. 서 위원은 한은 부총재보 출신으로 직전까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을 맡다가 금통위원으로 돌아왔다.
기획재정부 추천으로 금통위에 입성한 조윤제 위원은 “한국 경제는 그동안 지속돼 온 구조적 변화로 상당한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내외 경제가 비상한 상황에 처했다”며 “한국경제가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성장 과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통화정책면에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주미대사를 지냈으며 직전까지 서강대 명예교수로 있었다.
금융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주상영 위원도 “중차대한 시기에 금통위원직을 맡게 돼 마음이 무겁다”며 “금융안정과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 위원은 직전까지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청와대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분과실장을 맡았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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