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배우다 보면 말의 작은 차이가 궁금해진다. 외국인은 한국말에서 ‘고맙습니다’와 ‘감사합니다’가 어떻게 다른지 묻는다. 그럴 때면 우선 사전을 찾아가며 알려 준다. 개인적 선호도와 성장 환경에 따라 어감을 달리 기억하기 때문에, 원어민이 직감대로 전하면 오류가 생긴다. 그렇게 사전을 찾다 보면 막상 우리가 잘 안다고 착각한 말도 많다.
한복을 찬찬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말들이 많이 있다. 우선, 전통 한복에는 두 가지가 없다. 단추와 주머니다. ‘호주머니’의 ‘호’는 청나라를 뜻하니 주머니는 호떡과 함께 청나라에서 왔다. 호주머니도 없을 때, 달랑거리는 복주머니가 불안하면 넓은 소매에 돈을 넣었다. 그 소매가 탐나서 치고 가는 ‘소매치기’는 동서고금 어디든 있었으리라. 또한 한복은 통으로 짓지 않는다. 각 부분을 따로 재단하여 이어 붙이므로, 한복은 부분마다 이름이 있다. 웃옷의 앞자락은 오지랖이라 부른다. 앞자락이 넓으면 밥상을 다 쓸게 된다. 지금도 남의 일에 참견하는 이에게 ‘오지랖이 넓다’고 한다.
그럼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가? 깃은 목에 둘러댄 부분이다. 두 사람의 옷깃이 스칠 정도라면 분명 인연이다. 물론 발 넓은 사람이 왕발이 아니듯 관용 표현은 말의 낱낱을 따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옷깃’을 옷자락 끄트머리 어디쯤이라 여기는 듯하다. ‘치맛자락’과 같이 옷자락은 옷의 아래로 드리운 부분이니 옷깃과는 반대편이다. 한국어는 더 이상 한국 사람만 쓰는 말이 아니다. 작은 차이를 물어 오는 외국인도 많은데, 오히려 자기 말은 안 찾아본다. 말은 통하면 그만이라는 사람들이 영어에서는 관사까지 챙기는 것을 보면서, 언어란 외국어가 되어야 제대로 챙겨지는 숙명인지 그것이 알고 싶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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