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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보잉 지원법 봤더니… 일부 대출 전환ㆍ정부의 주식 매입권 등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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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보잉 지원법 봤더니… 일부 대출 전환ㆍ정부의 주식 매입권 등 요구

입력
2020.04.21 10:50
수정
2020.04.22 00:2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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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도 코로나 방역처럼] <3>크지만 빠른 정부로 거듭나라

스티브 므누신(왼쪽)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경제 지원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스티브 므누신(왼쪽)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경제 지원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사들이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 처하자 세계 각국 정부들은 앞다퉈 항공업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큰 기간산업인 만큼 과감하고 신속하게 대규모 자금을 쏟아 붓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조건 없이 국민 세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580억달러, 약 74조원에 달하는 자금 지원을 합의한 미국이 대표적이다. 천문학적 유동성 지원 뒤에 △일부 금액의 대출 △정부의 주식 매수권 보유 같은 엄격한 조건들이 포함돼 있다. 항공사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한국 정부 역시 미국 재무부의 방식을 참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사 지분까지 요구한 미 재무부

21일 외신에 따르면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아메리칸ㆍ유나이티드ㆍ델타항공 등 미국의 주요 민간 항공사는 지난 15일 총 58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구조 패키지에 합의했다. 이 가운데 250억달러는 여객 항공사, 250억달러는 직원 대상으로 한 급여 및 복지 지원, 80억달러는 화물 항공사 및 연관 업체들에 대한 지원에 쓰인다.

이번 합의를 통해 지난달 말 코로나19 지원 법안이 통과된 이후 첫 민간기업에 대한 구제금융 조건이 제시됐다. 우선 코로나19 지원법 자체 규정에 따라 이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 기업들은 9월까지 직원을 해고하거나 급여를 삭감할 수 없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은 최소 2년간 금지되고, 과도한 경영진 비용 지출은 제한된다.

여기에 미 재무부가 추가한 두 가지 조건은 더욱 엄격하다. 직원 대상 지원 금액(250억달러)의 경우는 70%만이 말 그대로 지원이고, 나머지 30%는 5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저금리 대출이다. 또 하나는 대출금 부분에 대해서 개별 항공사에 대출금의 10%에 해당하는 주식을 싼 값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정부에 부여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건을 내거는 데 여야 간 이견이 없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애초 코로나19 지원법안을 만들 때 고용보장과 자사주 매입 방지 등의 강경 조건을 내건 것은 민주당이었다. 주로 버니 샌더스ㆍ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진보 성향 유력 정치인들은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과 주주 배당에만 열중하다가 위기에 직면해서는 정부의 지원을 원하고 있다고 비판을 가해 왔고, 이런 의중이 법안에도 반영됐다. 그런데 공화당 정부의 재무장관은 한 발 더 나갔다. 민주당 하원 지도부가 “재무부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고용 보조금에 내건 어려운 조건이 고용주가 급여를 유지하기보다 파산을 선택하게 할 수도 있다”며 재무부를 말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 정부도 다양한 지원 조건 내걸듯

므누신 장관이 민간 기업에 주식 보유권을 요구하는 논리는 “납세자 이익 보호”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고 기업 경영이 정상화하면, 그 상승한 주식 가치를 환산해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분 요구는 이익 회수보다 기업의 행동을 강제하는 데 방점이 더 찍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정부가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 기업에 일부 지분을 요구하는 것은 기존 주주들의 배당이익 등에 대한 요구를 완화하게 돼, 기업이 위기에서 벗어나 미래의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코로나 법안에 따르면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다고 해서 기업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EPI는 지적했다.

미국의 이 같은 항공업 지원 철학은 한국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기간산업 대책에도 상당부분 반영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련부처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항공사에 대한 지원 조건으로 고용 유지와 임원 급여 제한, 항공사 지분 일부 취득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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