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진단키트 50만회 분량 한국서 확보
한국계 유미 호건 여사가 역할
“가장 큰 문제는 검사 부족…운 좋게 한국과 특별한 관계로 확보”
‘한국계 아내’를 두고 있는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가 20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50만회 할 수 있는 분량의 진단키트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검사 역량이 충분하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실제 각 주정부들이 검사 장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산 진단키트 확보에 반색한 것이다.
호건 주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산 진단키트 확보에 도움을 준 한국에 대해 “큰 빚을 졌다”고 사의를 표하면서 이 과정에서 한국계 아내인 유미 호건 여사가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검사 건수가 7만건 정도인 메릴랜드주에 50만회 검사는 상당한 분량이다. 호건 주지사는 한국 진단키트 확보 과정을 ‘오래가는 우정’이라는 작전명까지 붙이며 공을 들였다. 그는 지난달 이수혁 주미 대사와의 통화에 유미 호건 여사를 동참시키면서 유미 호건 여사로 인한 한국과 메릴랜드 간의 특별한 관계를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아내에게 감사하고 싶다. 그녀가 이 ‘오래 가는 우정’ 작전의 챔피언이다”고 말했다. 한국산 진단키트는 토요일인 지난 18일 대한항공 여객기에 실려 볼티모어-워싱턴 국제공항에 도착했으며 유미 호건 여사가 직접 공항에 나가 이를 맞았다.
호건 주지사는 지난 2월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전미주지사협회 리셉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영상 메시지를 보내 자신을 ‘한국 사위’로 부른 것을 거론하면서 “그날 밤 문 대통령이 그렇게 부를 때 영광이라고 생각했지만, 두 달 뒤에 그게 얼마나 큰 의미로 다가올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호건 주지사는 이날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가장 큰 문제는 검사 부족"이라며 "검사를 늘리지 않고는 우리의 주(州)들을 열 수 없다"고 검사 장비 확보를 강조했다. 그는 "운이 좋게도 우리는 한국과 아주 튼튼한 관계"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듯 "하지만 이렇게 힘들 필요는 없었다"고 말했다. 호건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이긴 하지만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검사 역량이 충분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히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있다고 각을 세워왔다.
호건 주지사는 이날 트위터에 공항에 나갔던 사진을 올리며 "이 국제협력의 각 부분은 전례가 없으며 놀라운 협력이 이뤄졌다"면서 "이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에서 우리를 지원해 준 데 대해 한국 파트너들에게 깊이 감사한다"고 밝혔다. 메릴랜드주가 공수한 진단키트는 미 식품의약국(FDA) 등의 승인이 이뤄졌으며 메릴랜드주 각지에 설치된 진단센터에 배포될 예정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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