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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쇼크, 원유 사면 덤으로 37달러 받는다고?

입력
2020.04.21 08:07
수정
2020.04.2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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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터로 제작된 원유 생산 펌프. 로이터연합뉴스
3D프린터로 제작된 원유 생산 펌프.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 가격(5월물)이 ‘마이너스’(-) 37달러까지 떨어지는 전례 없는 현상이 벌어졌다. 마치 집계 오류를 의심하게 하는 사상 초유의 유가가 형성된 셈이다. 1배럴의 원유를 사서 가져가면, 원유 생산업체가 되레 37달러의 웃돈까지 얹어준다는 얘기다.

다만 이는 재고가 넘쳐나고 저장시설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원유를 가져갈 수 없어 실물 인수 시점을 늦추기 위한 거래로, 실제 원유가 오가지 않는 수치상의 마이너스일 뿐이란 게 시장 설명이다. 하지만 수요붕괴와 공급과잉 앞에서 참혹하게 무너진 현물시장의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인 데다 ‘-37달러’라는 수치 자체도 기록적이다. 장중 최저치는 -40.32달러다.

오전 개장하자마자 급락하면서 10달러선이 무너졌고 오후 들어서는 마이너스 영역으로 진입했다. 장 마감 직전 -10달러 부근에 머물다가, 최종 -37달러에서 종가를 형성했다. 순식간에 30달러 가까이 밀린 것으로, 정상적인 거래로 보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기본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가하락 압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선물만기 효과가 겹치면서 기현상이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상품선물 계약의 경우 만기가 지나면 실물을 인수해야 한다. 5월물 WTI 만기일(21일)을 앞두고 선물 투자자들이 5월물 원유를 실제로 인수하기보다는 6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를 선택하면서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왜곡됐다는 것이다.

재고가 넘쳐나고 저장시설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원유를 가져갈 수 없다 보니 일제히 인수 시점을 늦추고 있는 셈이다.

현재 원유저장고는 물론이거니와 바다 위의 유조선도 재고로 넘쳐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륙 유전에서 생산되는 WTI 특성상 저장공간 확보가 더욱 어렵다는 점도 낙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재고는 지난주 2,000만배럴 가까이 늘었다. 1,100만배럴 증가를 예상한 전문가들의 눈높이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CNBC 방송은 “저장 탱크는 이미 채워져 더는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원유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일은 이전에도 있었다. 2016년 미국 노스다코타산 중질유가 배럴당 -0.5달러로 책정된 바 있다. 유황을 다량 함유한 극도로 저품질의 원유인 데다, 이를 실어 나를 송유관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2015년 캐나다 앨버타에서 프로판가스가 3개월간 마이너스 가격에 거래된 적도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가 하락을 이용해 7,500만배럴의 원유를 구매해 전략비축유를 보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전략비축유를 채울 예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금 많은 사람에게 매우 흥미로운 수준에 있다”며 “우리는 적정한 가격에 원유를 구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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