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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의 Biz잠망경] “초일류기업 삼성전자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입력
2020.04.21 06:54
수정
2020.04.2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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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혁명’ 개인투자자 국가보다 삼성전자 더 신봉

하지만 변화와 혁신의 절박함은 별달리 감지 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지혜 짜내야 할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월 19일 충남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월 19일 충남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IMF 외환위기가 일어난 1997년 말 삼성전자는 그대로 두면 2~3년 내에 망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즉각적으로 구조조정에 착수하였고 그 효과는 1999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난 후 3P와 정보 인프라에 대한 중장기적 경영 혁신과 더불어 미래 준비를 위한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3P는 Product, Process, Personnel로 제품, 생산ㆍ제조ㆍ판매 과정, 사람과 조직을 의미하는 것으로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저서 ‘초일류로 가는 생각-경영과 혁신’에 나오는 얘기다.

지금 ‘동학개미혁명’의 상징인 개인투자자들이 국가보다 더 신봉하는 삼성전자도 매우 위험한 시기가 있었다. 1997년말 삼성전자는 반도체 투자를 위해 차입한 외화부채 70여억달러를 포함해 차입금이 13조원에 달했다. 여기에 더해 환평가손실과 해외사업부실 등을 포함한 6조원의 부실로 거의 자본잠식상태에 있었다.

사실 삼성의 위기는 그 이전부터 감지됐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3년 6월 변화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니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라고 한 것이 혁신의 대장정, 곧 신경영의 출발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맞이할 미래가 대공황이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와 비교될 정도로 심각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유일의 초일류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가 외환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성장했는지, 그 과정과 변화에 새삼 관심이 간다. 혹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해서 이 책을 펼쳐봤다.

새로운 변화는 과거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이 회장이 당시 갑자기 신경영을 외쳤던 이유가 있었다. 다시 윤 전 부회장의 저서를 참고해 보자. “그 당시 삼성의 임직원들은 급변하는 세상을 보지 못하고 조그마한 위치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국내 제일이라는 자만에 빠져 있었다. 변화는 생각지도 못하고 그 어떤 위기의식도 없었다. 타성과 무사안일에 젖어 현실에 안주하면서 큰 것이 좋다는 실속 없는 양(量) 위주의 사고에 젖어있었다. 그야말로 폐쇄적이고 후진적인 조직의 전형이었다.”

행여 지금 우리 정부나 기업이 이런 상태가 아닐까. 당시 삼성이 곪아가고 있다는 조직 일각의 위기의식은 바깥으로 잘 표출되지 않았다. 삼성이 튼튼한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국내 시장을 지배하고 있을 때라 오히려 이 회장의 발언이 뜬금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무림의 고수들은 한 수 앞을 더 내다보는 법이다. 다른 하수들과 다른 바로 그 한 수 차이가 추후 10년 20년 이상의 격차를 벌이는 것이다. 경영체질을 양에서 질로 변화시키는 것도 방안중의 하나였다.

삼성이 외환위기를 예상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몇 년 앞서 변화와 혁신을 얘기하고 조직의 저항을 거스르면서 이 같은 의식을 조직에 불어넣었다. 위기가 오더라도 극복할 수 있는 체질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 30대 그룹 중 16개 그룹이 해체의 길을 걸었다.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던 현대그룹은 외환위기와 ‘왕자의 난’ 등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 여러 그룹으로 분할됐다. 반면 삼성전자는 오히려 이때 세계적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

그렇지만 지금 시점에서 삼성의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이 회장이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6년간 병상에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구속되는 등 삼성그룹을 이끌던 주요 인사들은 무더기로 사법처리 된 상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미래전략실이 사라진 이후 그룹 차원의 큰 그림도 눈에 띄지 않고, 변화와 혁신의 절박함도 감지되지 않는다. 기업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되기 마련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부문에는 이미 짙은 먹구름이 깔려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어떻게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20여 년 전 외환위기를 극복했던 기억과 경험, 경륜을 살릴 필요가 있다. 삼성은 당시 위기의식과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치밀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적자사업이나 장래성 없는 사업 매각 등을 6개월만에 상당부분 완료했다. 물론 많은 임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변화와 혁신, 구조조정에는 많은 희생이 따를 수 밖에 없지만 이를 이뤄내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일종의 딜레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방역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을 지구촌이 알게 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한국의 의료체계가 세계 최고 수준임이 입증됐다는 것은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지혜를 짜내야 할 때다.

조재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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