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반(反)셧다운’ 시위의 배후가 사실상 경제활동 조기 정상화를 추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위그룹이란 사실이 드러났다. 보건당국의 우려와 주(州)정부의 반발에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는 핵심 지지층을 통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위스콘신ㆍ오하이오ㆍ펜실베이니아ㆍ뉴욕주를 타깃 삼아 봉쇄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배후에 ‘미네소타 총기권리’라는 단체의 정치국장 벤 도어와 그의 형제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여러 주에서 비타협적인 총기 소유권을 주장하는 강경 단체를 운영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들의 해제를 압박하는 최선두에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인 총기소유 옹호그룹이 있는 것이다.
‘과도한 격리에 반대하는 위스콘신 주민들’ 등 이들이 만든 페이스북 그룹에는 현재까지 약 20만명의 회원이 모였다. WP는 “최근 퀴니피악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 70%, 민주당 지지자 95%가 전국적인 자택격리명령을 지지했다”면서 “도어 형제들이 선동하는 온라인 활동은 실제보다 반셧다운 여론이 크다는 인상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보수 인사들도 이런 시위를 부추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WP는 “미시간주에서 시위를 이끈 ‘미시간 보수연합’ 창설자의 아내 메숀 매덕이 트럼프 재선 캠프의 자문위원이자 ‘트럼프를 지지하는 여성연합’의 저명인사”라고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반셧다운 시위를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그는 지난 주말 새 워싱턴ㆍ콜로라도ㆍ텍사스 등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이 봉쇄 해제를 요구한 데 대해 “그렇게 많은 성조기를 본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7일 민주당 주지사를 둔 미시간ㆍ버지니아ㆍ미네소타주를 겨냥해 “(주민을) 해방하라”고 요구하더니 이날은 아예 보란 듯이 지지층을 부추긴 것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 친위그룹의 경제활동 정상화 압박 시위에 대해 “(코로나19) 야수는 여전히 살아있고 우리는 그를 아직 죽이지 못했다”면서 “야수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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