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가 직속 상관인 여군 중대장에게 야삽을 휘둘러 상해를 입히는 등 군기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고위 장성이 관사에 닭장을 설치하는 과정에 병사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지적도 일었다. 급기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0일 올해 들어 3번째 지휘서신을 내려 보내 군 기강 관리를 당부했다.
육군에 따르면 이달 초 경기 지역 한 육군 부대에서 A 상병이 중대장인 B 대위를 야전삽으로 폭행하는 하극상이 벌어져 군검찰이 수사하고 있다. A 상병은 지난달 말 부대 내 사격장방화지대작전이 너무 힘들다고 불평하면서 작업을 제대로 마무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작전은 사격장 내 수풀을 제거하고 흙으로 둔덕을 쌓는 등 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이다.
이에 중대장인 B 대위는 지난 1일 A 상병을 불러 면담했고, 이 자리에서 A 상병은 병력 통제가 너무 심하다면서 불만을 제기했다. B 대위는 그를 타일렀지만 화를 참지 못한 A 상병은 미리 준비해온 야전삽으로 B 대위 팔 부위를 가격했다. 이어 B 대위의 목을 조르는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관계자는 “군 수사기관에서는 관련 사실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간 군 내 하극상 폭행은 대체로 병사 사이에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병사가 고위 간부인 장교를 흉기로 폭행했고, 특히 남성 사병이 여성 직속상관을 폭행했다는 점에서 군 당국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육군에선 지난달에도 술을 마신 남성 부사관 4명이 상관인 남성 장교 숙소를 찾아가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군사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육군 군단장이 공관에 닭장과 텃밭을 꾸미면서 장병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아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정 장관은 이날 장관 지휘서신 제11호를 통해 “일부에서 불합리한 부대 지휘에 의한 장병 인권침해, 상관 모욕, 디지털 성범죄와 성추행, 사이버 도박 등 군 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행위들이 발생했다”며 “규칙을 위반하고 군의 기강을 흩트리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며 위반 시에는 법과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조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어떤 경우라도 법과 규정에 따른 정당한 지휘권 행사는 보장받아야 하며 동시에 장병들의 인권이 침해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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