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3학년까지 초중고 전면 개학... 동시 120만명 몰렸지만 큰 오류는 없어
대구에서 초등 특수학급을 가르치는 A교사(38)는 20일, 날이 밝자마자 아들(8)과 딸(6)을 깨워 씻겼다. 아이들 아침밥을 먹이고, 거실 텔레비전 앞에 간이책상과 학습꾸러미(학습지), 밤새 짠 시간표를 챙기고 나니 칠순이 다 된 친정아버지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두 자녀를 부모에게 맡긴 채 출근한 A교사는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학습사이트 ‘클래스팅’에 접속해 아들의 출석을 체크했다.
그 사이 친정아버지는 유치원생 손녀를 긴급돌봄 교실에 맡겼다. ‘8시40분 유튜브로 개학식, 9시30분 EBS 국어방송, 10시 학습꾸러미 과제물 지도, 10시30분 EBS 수학방송, 11시 과제물 지도’ 등 딸이 짜둔 시간표에 맞춰 집중력이 떨어지는 손자를 다독여 수학문제를 풀고 딸에게 ‘인증 사진’을 찍어 스마트폰으로 전송했다. A교사는 “초등학생, 장애아처럼 혼자 원격수업 받기 어려운 학생은 보호자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출석률, 과제 달성률이 천지차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초등 1∼3학년을 끝으로 전국 초ㆍ중ㆍ고 학생 약 540만명이 온라인 개학에 들어갔다. 지역과 학교, 가정환경에 따라 원격수업의 질이 확연하게 차이 나는데다 초등학생의 경우 자기주도학습이 어려워 사실상 ‘부모 개학’이란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오전부터 학교 알림장을 확인하고 원격수업을 지도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서울 송파구에서 초등 1,3학년 자녀를 키우는 B(38)씨는 “두 아이가 같은 학교를 다녀도 담임 교사 성향 따라 안내가 제각각”이라며 “첫째는 컴퓨터 방에 둘째는 거실에 두고 돌아가면서 과제 봐주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경남 통영에서 초등 1학년 자녀를 키우는 김성이(40)씨는 “온라인으로 입학식 영상을 볼 땐 제가 아이랑 입학한 기분이 들었다가 옆에서 하루종일 학습자료 챙기니 일일 교사가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교육부는 초등 1,2학년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아 EBS강의를 듣고 교사가 내주는 과제를 가정에서 수행해 제출하면 출석으로 인정한다고 일선 학교에 안내했다. 보호자가 스마트기기에 익숙하지 않아도 원격수업을 지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학부모 대부분은 일괄적 수업방식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 송파구에서 초등 3학년, 6학년 자녀를 키우는 C(37)씨는 “아이들이 EBS방송을 볼 때 전혀 집중하지 않았다”면서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학원 쌍방향수업 들을 때 집중도가 높은 걸 보면 단순히 학생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자녀가구의 경우 A교사처럼 원격수업을 위해 어린 자녀를 긴급돌봄을 보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초등 1,2학년과 3세 자녀를 키우는 주부 남기은(38)씨는 “첫째 둘째 원격수업 때문에 막내는 어쩔 수 없이 긴급보육시설에 맡겼다”면서 “방송 시간별로 학습지도하고 과제물도 함께 풀어야 한다. 사실상 부모 수업”이라고 말했다.
실제 긴급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학부모는 급증했다. 긴급돌봄 신청자 수는 서울 기준 20일 2만2,511(참여율 85.2%)명을 기록했다. 개학 직전인 13일 1만7,338명(참여율 73.8%), 초등 4~6학년이 온라인개학을 시작한 16일 1만9,672명(참여율 73.7%)과 비교해 각각 5,000여명, 3,000여명 늘어난 셈이다. 지난달 2일 1만2,776명(참여율 43.8%)보다는 1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이날 EBS,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등 교육당국이 제공하는 원격수업 플랫폼 e학습터, EBS 온라인클래스에는 동시 접속자가 최대 120만명 넘게 몰렸으나 큰 접속 오류는 없었다. 다만 오전 한때 일부 지역의 EBS사이트 접속이 지연되면서, 학교 돌봄교실에서 원격수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케이블텔레비전을 신청하지 못한 학교는 긴급돌봄 학생에게 인터넷으로 EBS방송을 보게 했는데 사이트 접속이 지연돼 다른 학습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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