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시설 노인 피해 특히 심해 비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으로 ‘느슨한 봉쇄’ 정책을 택해 관심을 모았던 스웨덴의 방역 성과를 두고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확진ㆍ사망자 추이를 들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자평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북유럽 주변국 대비 심각한 피해와 요양시설 사망자 속출 등을 이유로 ‘완전한 실패’라고 비판한다.
스웨덴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방침을 설계한 수석 전염병학자 아녜르스 테그넬은 19일(현지시간) 현지 TT통신 인터뷰에서 “우리는 일종의 정점에 도달했다”면서 “감염률과 사망률 모두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스웨덴 보건청 관계자도 “지난 며칠간 신규 감염과 중환자실(입원)에서 안정적으로 평탄한 곡선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이동제한ㆍ영업금지 등의 강제 조치 없이도 확산세를 잡아 방역 성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아직 결론은 이르다”면서도 “스웨덴 사망자는 1,500여명으로 다른 북유럽보다는 많지만 이탈리아ㆍ스페인ㆍ프랑스보다는 훨씬 적다”고 평가했다. 확진자 수도 1만4,000여명으로 노르웨이ㆍ덴마크의 2배 수준이지만 프랑스와 비교하면 10분의 1에 불과하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이코노미스트 제임스 포머로이는 “스웨덴의 전체 가구 절반 이상이 1인 가구이고 이미 재택근무가 활성화된 점 등이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영국 가디언은 “노년층을 보호하라는 스웨덴 정부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전체 사망자 3분의 1이 요양원에서 발생했다”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스웨덴 보건당국은 감염 의심환자를 상대하는 게 아닌 이상 요양보호사나 간호사에게 ‘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바이러스 전문가 레나 아인호른은 “정부는 ‘엄청난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면서 “그들은 (속출하는 노인 사망이) 불운한 일이고 조사 중이라고 하지만 절대로 무증상자에 의한 확산이 원인 중 하나임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인호른 박사를 비롯한 교수ㆍ연구진 22명은 지난 14일 스웨덴 정부를 향해 “신속하고 강도 높은 조치로 전환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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