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간판 손흥민(28ㆍ토트넘)이 20일 기초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제주 서귀포시 소재 해병대 9여단에 비공개 입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드라이브 스루’ 입소가 이뤄진 가운데 손흥민은 이날 오후 2시쯤 훈련소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공식 입소식을 시작으로 18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치면 국방의 의무를 다 하기 위한 첫 관문을 넘기는 셈이지만, 5월 8일 퇴소 후에도 만만찮은 의무가 남아있다. 지난해 7월 체육요원에 편입된 손흥민은 현행 병역법상 편입 후 34개월 내(2022년 5월까지) 총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이수해야 한다.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을 오가며 쉴 틈조차 내기 힘든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손흥민으로선 남은 2년 여 동안 ‘봉사활동 플랜’을 철저히 세워 이행해야 논란 없이 국방의 의무를 마칠 수 있게 된다.
20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손흥민은 하반기부터 이전보다 강화된 대체복무 규정을 적용 받는다. 군 관계자는 “예정대로 5월 병역법 시행령 개정되면 (손흥민이 편입된)예술ㆍ체육요원은 이르면 6월말부터 바뀐 규정을 적용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병역법 개정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받은 장현수(29ㆍ알 힐랄)가 재작년 봉사활동 시간을 부풀린 사실이 드러나는 등 규정위반 또는 의심 사례가 이어지면서 추진됐다.
가장 큰 변화는 1일 최대 인정시간이다. 준비 및 이동시간을 포함해 하루에 16시간의 봉사활동을 인정받을 수 있는 현행 규정과 달리, 하반기부턴 이동ㆍ준비시간을 뺀 8시간만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최소 34일만에 544시간을 모두 채울 수 있었던 규정이 70일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 셈이다.
손흥민의 경우 지난 2월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한 스포츠 진로탐색 프로그램 ‘드림KFA’에 참가하며 국내 봉사활동 시간을 쌓기 시작한 가운데 544시간 가운데 상당수를 병역법 개정 이후 소화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선 최대 272시간 허용되는 해외봉사활동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봉사활동 기관 섭외도 까다로워진다. 현행 규정상 체육요원이 자신의 모교나 거주지 근처 공공기관 등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법 개정 이후부턴 문화체육관광부가 사전 지정한 공익성 있는 기관에서만 봉사활동이 가능하다.
체육계 현장에선 시즌 때는 경기에, 비시즌 기간엔 개인훈련 및 전지훈련에 전념하게 되는 프로선수들에게 다소 현실성 떨어지는 개정안이란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체육요원으로 편입된 선수들이 기초군사훈련과 봉사활동을 통한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봉사활동 계획 등을 도울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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