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와 그의 휴대전화를 해킹한 뒤 금품을 요구하며 협박했던 해킹범과의 대화록이 공개됐다.
20일 한 매체는 하정우와 해킹범의 휴대전화 메신저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해당 보도에는 지난 해 12월 2일 해킹범이 처음으로 하정우에게 연락을 했을 당시부터 보름 가량 두 사람이 주고 받은 메신저 대화 내용이 담겼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해킹범은 하정우의 휴대전화 해킹을 통해 빼낸 신분증 사본, 금융 기록, 지인과 주고 받은 사진 등을 보내며 금품을 요구해 왔다. 당초 이를 무시했던 하정우는 하루 뒤 해킹범으로부터 재차 연락을 받은 뒤 실제 상황임을 인지하고 해킹범과 대화에 나섰다.
해킹범은 하정우에게 15억의 합의금을 요구했고, 하정우는 해킹범을 경찰에 신고한 뒤 해킹범과 대화를 이어나가며 수사를 위한 시간 끌기에 나섰다. 해킹범은 13억원, 12억원으로 두 차례에 걸쳐 요구 금액을 낮췄지만 하정우는 이에 응하지 않은 채 “13억이 무슨 개 이름도 아니고”라며 강하게 해킹범을 몰아붙이거나 회유하는 등 ‘밀당’을 했고, 이 과정에서 해킹범이 삼성 클라우드를 통해 휴대전화를 해킹했다는 사실을 알아내 경찰에 단서를 제공하기도 했다.
특히 하정우는 자신의 안부를 챙기는 해킹범에게 “지금 약 올리는 거냐. 예의는 지켜라. 하루 종일 오돌오돌 떨면서 오돌뼈처럼 살고 있는데”라고 위트있는 응수를 하거나, 펭수 이모티콘인 ‘펭하’를 보내는 등 여유를 보이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하정우를 통해 해킹 수법, 로그인 기록, 해킹범의 결정적 IP 등 유의미한 단서들을 확보한 경찰은 해킹범을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지난 7일 유명인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6억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한 범인 박모씨와 김모씨 등 일당 2명은 공갈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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