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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로빈슨 크루소와 사회적 격리(4.24)

입력
2020.04.24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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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한국일보는 '몰디브'를 21세기 로빈슨 크루소를 위한 휴양지로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최흥수 기자
2년 전 한국일보는 '몰디브'를 21세기 로빈슨 크루소를 위한 휴양지로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최흥수 기자

코로나19(Covid-19) 대책으로 미국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전 주민 자가격리 명령을 내린 지 한 달이 넘었다. 주 정부는 생필품 구매 등 예외적인 경우에 허가를 받아 외출하더라도 타인과 1.8m 거리를 유지하게 했다. 그런 강제적 조치와 별개로, 자가 격리와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는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윤리이자 에티켓이 됐다. 팬데믹이 연 새로운 문명의 한 단면이다.

‘쇼생크 탈출’ 등 감옥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듯 죄수에게 독방은 징벌이다. 내성적이고 비사교적인 어떤 이들은, 만일 옥에 갇힌다면 다른 수감자들과 부대끼는 것보다 독방을 택하겠다고도 말하지만, 일부 심리학자들은 독방(징벌방)을 고문의 한 형태라고 주장한다. 인류를 지구의 지배적 생물종이 되게 한 뇌 진화의 비밀 중 하나가, 교감과 공감, 협력 등 사회적 삶에 사이클이 맞춰진 기제이며 ‘사랑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Oxytocin)이 그 증거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의도에 반해 사회적 고립을 겪게 된 이들의 뇌가 불과 10시간 정도 만에 굶주릴 때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회적 소외(Social Isolation)라고 불리는 현상은, 팬데믹 이전부터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연구돼왔다. 고독사가 그 예다. 2018년 영국 적십자사가 시민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 약 20%가 가까운 친구가 없다고 답했고, 3분의 1은 “대화 상대가 없어 때때로 혼자라고 느낀다”고 답했다. 사회적 소외는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사이언스 포커스’란 매체는 SNS를 통한 사이버 소통이 거리 두기의 코로나 시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표정과 몸짓 등 대면 소통의 결핍이 장기화할 경우, ‘불쾌한 골짜기 효과(Uncanny Valley Effect)’로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쾌한 골짜기 효과’란 인간을 닮은 로봇에 호감을 가지다가도 닮음의 정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호감도가 골짜기처럼 하락하는 걸 가리키는 로봇 공학 용어다.

대니얼 디포(1660.9.13~1731.4.24)의 로빈슨 크루소에게는 물론 ‘프라이데이’가 있었지만,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톰 행크스(페덱스 직원 척 놀랜스 역)에게는 SNS도 없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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