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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밭 줄 테니 팔아보든가” 해커 검거한 하정우의 ‘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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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밭 줄 테니 팔아보든가” 해커 검거한 하정우의 ‘밀당’

입력
2020.04.20 12:34
수정
2020.04.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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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범과 밀당하는 사이 경찰 신고… ‘시간 끌기’ 덕 일당 검거

배우 하정우가 1월 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클로젯'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
배우 하정우가 1월 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클로젯'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

휴대전화 해킹 피해를 당했던 배우 하정우가 해킹범 검거에 일조했던 정황이 공개됐다. 하씨는 해킹범과 메신저 대화를 주고받으며 경찰 수사에 시간을 벌어줬다.

20일 디스패치는 ‘하정우, 휴대전화 해킹 사건의 실마리’라는 기사에서 하씨와 해킹범이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은 해킹범이 처음 연락을 해 온 지난해 12월 2일부터 보름 넘게 주고받은 분량이다.

공개된 메신저 내용에 따르면 해킹범은 하씨에게 해킹한 내역을 전송하며 금전을 요구해왔다. 해킹범은 “하정우씨 휴대전화, 이메일, 문자 메시지 등 모두 직접 해킹한 거다. 제가 금전이 급히 필요한 상황이고 합의 보면 모든 자료는 깨끗이 폐기하겠다”며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분으로 알고 있다. 서로에게 유리한 쪽으로 협상하자”고 처음 제안했다.

이때부터 하씨의 ‘밀고 당기기(밀당)’가 시작됐다. 액수를 두고 협상하는가 하면 해킹범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미끼’도 던졌다.

해킹범은 처음 15억원을 제시했다. 그러자 하씨는 “만나서 휴대전화의 가치에 대해 논의하자. 왜 저는 15억원이냐”고 질문을 던졌다. 해킹범은 “휴대전화의 가치는 15억원이 안될 거다. 하정우씨 신분의 가치를 생각한 거다”라고 답했다. 이때부터 하씨는 촬영과 휴식 등을 이유로 한참 답장을 안 하는 등 시간 끌기에 나섰다. 이 시기는 하씨가 영화 ‘백두산’ 개봉을 앞두고 한창 바쁠 시기였다.

애가 타기 시작한 건 해킹범이었다. 해킹범은 15억원에서 시작해 13억원, 또 1억원을 더 낮춰 12억원을 제시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해킹범에게서 연락이 온 지 6일 만에 하씨는 말을 놓으며 “네가 잘 생각해봐. 지금 매일 촬영에 홍보에 이러고 있는데 내가 지금 너랑 가격 흥정이나 하고 있을 때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또 “13억원이 무슨 개 이름이냐. 나 그럼 배밭이고 무밭이고 다 팔아야 한다. 아님 내가 너한테 배밭을 줄 테니까 팔아보든가”라고도 했다.

그는 해킹범을 몰아붙이다가도 이내 “순간 이성을 잃어서 미안하다. 천천히 얘기하자. 큰돈이 한 번에 갈 수 없는 거 알고 있지 않냐”고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오히려 해킹범이 “몸 챙기면서 일하시라. 저도 너무 안 통하는 사람 아니다”라고 걱정할 정도였다.

하씨는 해킹범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에 경찰에 신고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하씨가 제공한 정보 덕에 경찰은 해커의 윤곽을 알 수 있는 유의미한 IP를 확보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는 더 시간 끌기에 나섰다. 해킹범과 입금 방법을 두고 이야기를 주고받는가 하면 화제를 전환해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경찰이 해커 일당을 특정한 뒤로는 해킹범 연락에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경찰은 하씨의 신고 덕에 지난달 연예인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하고 협박한 범인 두 명을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유명 연예인 8명의 휴대전화를 해킹한 뒤 개인 정보를 유출하겠다고 협박해 이 중 5명에게 약 6억1,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다만 하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도주한 상태로 알려졌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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