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ㆍ태평양 전략 실행 차원 움직임
일각서 한미방위비 연결 해석은 설득력 떨어져
미국령 괌에 주둔 중이던 미국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가 미국 본토로 이동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군 방어전략이 기존 아시아·태평양 개념에서 인도·태평양으로 전환된 데 따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미군 기관지인 성조지(Stars & Stripes)는 17일자에서 “미국 공군은 2004년 이후 순환 배치를 통해 태평양 지역에 지속해서 폭격기 주둔을 유지해오던 오랜 관행을 종식했다”고 보도했다. 미 전략사령부의 설명이 충분하진 않지만, 이번 조치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은 분명히 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기존 대(對)아시아 전략인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인도ㆍ태평양’ 전략으로 수정했다. 기존 동북아 중심 전략에서 인도ㆍ호주ㆍ일본 등과 대 중국 저지선을 형성해 압박하겠다는 게 골자다.
따라서 B-52H 전략폭격기의 본토 이동 역시 괌 보다는 본토에서 운영하는 게 남·동중국해의 중국 해군력을 견제하는 데 더 낫다는 중장기적 차원의 결정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한미 방위비특별협정(SMA)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을 제기하지만, 설득력이 크진 않다. 미국이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태평양 지역 각국 간 군사적 균형 상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한반도 지역에도 대북 압박을 위해 자주 전개됐던 전략 폭격기가 괌에서 철수했다면, 이는 방위비분담금을 낮춰야 하는 입장인 한국에는 오히려 유리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대북 억제력 공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괌 주둔 미군의 전략무기가 본토로 이동했다면, 유사시 미군 전력의 한반도 이동에도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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