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가가ㆍ엘튼 존ㆍ슈퍼엠 등 온라인 릴레이 콘서트 개최
공연전 이미 1억2700만 달러 모금
SNSㆍTV 통해 전세계 중계
한국 성공적 대응 사례도 소개
“목숨을 걸고 헌신하는 전 세계 의료ㆍ보건 관계자들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우리 모두 힘을 모으면 코로나19를 이길 수 있습니다.”
서로 떨어져 있어도 음악과 함께라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인 특별한 공연이었다. 18일(현지시간) 장장 8시간에 걸쳐 진행된 온라인 릴레이 콘서트 ‘원 월드: 투게더 앳 홈’은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음악과 함께라면 얼마든지 마음을 맞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번 공연은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 자선단체 글로벌 시티즌,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와 싸우는 전 세계 의료진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기획했다. 1985년 에티오피아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한 기금 마련을 목적으로 열린 대규모 자선 공연 ‘라이브 에이드’의 온라인판이라 할 만하지만 성격이 조금 다르다. 공연 전 이미 1억2,700만달러(약 1,545억원)를 모았기 때문. 레이디 가가도 이날 공연에 출연해 “이번 공연은 세계 곳곳에 있는 여러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며 “기금 모금 행사가 아니니 지갑은 놔두고 마음 편하게 즐기라”고 말했다.
한국 시간으로 19일 새벽 3시에 시작한 이날 공연은 오전 11시까지 이어졌다.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중계됐고 하이라이트라 할 만한 마지막 2시간 공연은 세계 각국의 채널을 통해 TV로도 방송됐다.
폴 매카트니, 롤링 스톤스, 엘튼 존 등 전설적인 거장부터 레이디 가가, 빌리 아일리시 등 젊은 팝스타까지,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부터 K팝 그룹 슈퍼엠까지 국경과 장르, 세대를 초월한 100여명의 음악가들이 출연해 사랑과 희망을 노래했다. 세계 의료진의 노고에 대한 헌사와 함께 개인 위생 수칙 준수, 사회적 거리두기 독려 메시지도 이어졌다.
매카트니는 비틀스 시절 발표한 ‘레이디 마돈나’를 부르기 전 “코로나19가 세계적 위기인 만큼 우리의 지도자들에게 전 세계의 건강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도록 요구하자”고 강조했다. ‘레이디 마돈나’는 매카트니가 간호사였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만든 곡이다. 냇 킹 콜의 노래로 유명한 ‘스마일’을 부른 레이디 가가는 “바로 지금 우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코로나19와 싸우는 모든 의료진들을 위해 매일 기도한다”며 “잠시라도 여러분을 웃을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사연과 맞물려 잔잔한 감동을 준 이들도 있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위해 만든 곡인 ‘순 율 겟 베터’를 불렀고, 그린데이의 빌리 조 암스트롱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기리며 만든 ‘웨이크 미 업 웬 셈템버 엔즈’를 노래했다.
프로듀서인 오빠 피니어스 오코넬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노래한 빌리 아일리시, 배우인 아내 니콜 키드먼의 응원을 받은 키스 어번 등 가족과 함께 출연한 이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이번 공연에선 여러 가수, 연주자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따로 연주하거나 노래하는 ‘온라인 협연’이 눈에 띄었다. 롤링 스톤스는 네 멤버가 따로 영상을 촬영해 ‘유 캔트 올웨이스 겟 왓 유 원트’를 완성했고, 영국 가수 샘 스미스는 미국에 있는 존 레전드와 듀엣으로 ‘스탠드 바이 미’를 불렀다. 공연의 대미도 랑랑의 연주에 맞춰 셀린 디옹과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 레이디 가가, 존 레전드가 각자의 공간에서 따로 부른 ‘프레어’로 장식했다. 한국 가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슈퍼엠이 참여했다. 멤버들은 일상복을 입은 채 각자의 집에서 ‘위드 유’를 함께 불렀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음악가들뿐만 아니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빌ㆍ멀린다 게이츠 부부, 오프라 윈프리, 데이비드ㆍ빅토리아 베컴 부부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 인사들이 등장해 코로나19와 관련한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 사례도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공연 사이 미국 CBS 방송의 노라 오도넬 앵커는 한국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총선을 치르고 프로야구 개막을 준비하는 등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2015년 메르스 때 얻은 교훈인 진단ㆍ추적ㆍ치료로 이어지는 전략을 이용함으로써 고비는 넘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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