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고 핵ㆍ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해온 것으로 평가됐다. 고강도 제재가 무색하게 석탄ㆍ모래 등을 팔아 수억달러를 벌어들였고, 공해 상 환적은 물론 대놓고 항구에서 물자를 주고받는 등 제재 위반 양태가 더 대담해졌다는 분석이다. 해킹 등 사이버 외화벌이 수법도 갈수록 고도화했다.
주요 외신들이 18일(현지시간) 공개한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핵ㆍ미사일 능력 향상과 인프라 개발을 지속해왔다. 대북제재위는 특히 지난해 5월 4일과 11월 28일 사이 13차례에 걸쳐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포함해 최소 25발을 시험발사한 데 대해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은 강도ㆍ다양성ㆍ일관성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대북제재위는 또 “핵물질인 우라늄을 생산하는 평산공장도 현재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영변의 5㎿(메가와트) 원자로는 2018년 말 이후 가동 징후가 포착되지 않은 점을 들어 “플루토늄 생산과 관련해 가장 긴 휴지 기간”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폐기했다고 공언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도 별다른 활동이 관찰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북 경제 제재망 회피도 상당했다. 북한은 지난해 모래ㆍ석탄ㆍ수산물 등을 팔아 5억~6억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모래 불법수출 사례가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5월 이후 북한산 하천 준설 모래가 적어도 100차례 중국으로 수출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도 연간 한도 50만배럴의 최대 8배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이 같은 북한의 불법 수출입 과정에서 기존의 공해 상 ‘선박 대 선박’ 불법 환적뿐 아니라 외국 선박들이 북한 남포항에 직접 드나든 정황도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들 선박은 운항 과정에서 깃발을 내리거나 이름을 바꾸는 등의 방법으로 제재를 회피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이 해킹과 가상화폐 기술을 고도화해 외화벌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북제재위는 “북한은 가상화폐를 계속 채굴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법이 정교하고 추적이 어려운 탓에 북한은 이를 ‘저위험 고수익 분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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