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지역구서 1,434만표 얻고 정당 투표에선 930만표 획득
전문가들 “국정운영 결과 따라 요동칠 민심 500만표 달해”
1,434만표와 930만표.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 지역구 투표에서 얻은 표와 비례대표 의석을 정하는 정당 투표에서 얻은 표 차이다. 약 500만표다. 253개 지역구 중 민주당이 180개 의석수를 차지해 압승을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표심은 눈에 보이는 것과 달랐다. 향후 정부나 민주당의 국정운영 결과에 따라 요동칠 민심을 ‘500만’으로 보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따르면 민주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얻은 총 득표수는 1,434만5,425표(49.9%)였다. 이에 비해 정당 투표에서는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930만7,112표(33.3%)를 얻는데 그쳤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얻은 정당 득표수(944만1,520표ㆍ33.8%)보다 적었다. 범 민주당 인사들이 참여해 만든 열린민주당이 151만표 가량 득표한 것을 감안해도 민주당의 지역구ㆍ정당 득표의 차이는 350만 표 가량이다.
인물 경쟁력 등에 따라 엇갈리는 지역구 투표보다 정당 투표에서 각 당을 향한 선거 당시의 민심이 더 정확하게 반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날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이 정당 투표보다 500만표를 더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 손을 들어준 게 아니다”라며 “중도층을 포함해 민주당 지지율보다 더 높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온전히 민주당의 힘만으로 얻은 결과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 일부 지역은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 후보가 1등을 차지했지만 정당 투표에선 미래한국당을 1등으로 밀어준 곳도 있었다.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가 대표적이다. 민주당의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통합당의 황교안 전 대표를 1만7,000여표차로 크게 이겼다. 하지만 비례 투표에서는 미래한국당(3만987표)이 더불어시민당(3만539표)을 448표 앞섰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정당 투표에선 권력을 견제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열린민주당과 정의당(약269만표) 등 범 진보진영으로 분할투표가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압도적인 표를 몰아달라고 당부하면서 분할투표를 적극 막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는 제한적이었다는 관측이 더 많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500만표’의 민심이 향후 민주당이나 정권의 행보에 따라 이탈할 여지가 있는 ‘캐스팅 보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민주당은 (500만표 가량의) 여집합을 가져 왔고, 이 유권자들의 로열티(충성도)를 어떻게 높이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라며“민주당이 자만하면 이 표심부터 떨어져 나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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