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예금 6.59%↑, 하루 평균 12조원씩 늘어
경제 견인차 소비는 12.8%↓… 中 정부 낭패
설문조사 63.5% “돈 벌어 저축하겠다” 응답
미래 불확실성 가중, 현금자산 확보 심리 고조
“격리생활에 돈 쓸 데 마땅치 않아” 반론도
중국의 올해 1분기 저축이 6% 이상 증가했다. 반면 소비는 12% 넘게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면서 정부는 소비를 재촉하지만 불안한 중국인들은 은행으로 몰려가 돈을 맡기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7일 “올 1분기 가계저축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4,700만위안 늘어 6.59% 증가했다”고 밝혔다. 1분기 석 달 동안 하루 711억위안(약 12조원)씩 예금이 불어난 셈이다. 지난해 1년 전체 예금이 9조7,000만위안 증가한 것에 비하면 올해 1분기에만 전년도 실적의 66.7%를 달성한 것이다. 반면 1분기 소비는 12.8% 줄고, 실질 가처분소득도 3.9% 감소했다.
이를 놓고 중국 매체들은 ‘보복성 저축’이라며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억눌렸던 심리가 폭발해 보상 차원에서 저축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당초 중국 정부는 이동제한을 풀고 조업을 재개하면 너나 할 것 없이 소비에 나서는 ‘보복성 소비’를 기대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겪으면서 중국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소비의 기여도가 57.8%까지 높아진 만큼 소비 증가는 중국 경제를 살리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중국인들은 지갑을 열기 보다 은행 잔고를 늘리는 쪽을 택했다. 여론조사에서도 이 같은 경향은 뚜렷하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으로 지난 15일까지 1만5,000명의 응답을 받아 집계한 결과 ‘보복 소비에 나설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13.9%만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악착같이 돈을 벌어 저축하겠다”는 답변은 4배가 넘는 63.5%에 달했다. “이전과 달라질 것 없다”는 반응은 26.5%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현금자산 확보 심리가 자극 받아 저축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한다. 또 감염 위협에서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집 한 채, 이동에 필요한 자동차 한 대가 얼마나 소중한지 절감한 만큼 당장 돈을 쓰기 보다 한 푼이라도 더 모으는 편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선휘(瀋暉) 웨이마자동차 사장은 18일 “지금은 보복성 소비가 아닌 생존이 필요한 때”라며 “불확실성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은 안정을 갈구하기 때문에 저축 성향은 강해지고 소비는 더 이성적으로 이뤄진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같은 중국인의 저축 희구성향이 2분기에도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1분기 저축 증가율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를 웃돌긴 했지만, 1분기 기준으로는 2016년 4.41% 저축이 감소한 이래 4년만의 최저치였기 때문이다. 예금 수익률도 갈수록 떨어져 돈을 은행에 맡겨봐야 예전처럼 쏠쏠한 재미를 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 한 달간 68억위안(약 1조1,700억원)의 소비 쿠폰 지급정책을 발표하고, 1~2월 감세 규모를 4,027억위안(약 69조3,000억원)으로 확대하는 등 강력한 소비 활성화에 나선 터라 중국인들이 마냥 지갑을 닫고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에 중국경제망 등 일부 매체들은 19일 “지난 석 달 가까이 집에 갇혀 지내면서 돈을 쓸 데가 마땅치 않아 은행에 넣어둔 결과”라며 “개인별 소득이 크게 줄지 않았다면 아직 보복성 저축을 말하기엔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반응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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