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자꾸 하명수사 황운하 거론되니 인지도 높아져”
노년층 “하명수사 재판받는데 당선되다니… 뭐 이런 선거가 있냐”
“미래통합당이 여전히 민심과 먼 정치를 하는 것 같아 여당 후보를 찍었다.”
“지역문제보다 검찰개혁 같은 거창한 공약은 거리감이 들어 안 찍었다.”
4·15총선 대전 중구는 개표율이 99.9%를 기록한 시점에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이은권 미래통합당 후보를 제치고 극적으로 승리했다. 황 당선자는 울산경찰청장 재직 당시 불거진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의 핵심당사자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되면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는 바람에 여전히 경찰관 신분이다. 이런 황 당선자가 보수성향이 강한 중구에서 승리한 데 대해 지역민심은 선거 후일담으로 여전히 뜨거웠다.
중구 태평동에서 만난 이모(59)씨는 “이번 총선은 후보자가 누구냐보다 정당, 특히 야당의 행태에 대한 심판이 이뤄진 결과로 본다”며 “나도 출마자보다 당을 보고 지지후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용두동에 사는 야당 지지자 최모(56)씨도 이번 선거가 정당에 대한 심판성격이 강했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는 “2018년 지방선거도 다 민주당에 넘어갔는데 미래통합당이 공천과 선거과정에서 우왕좌왕 했다”며 “황운하 당선자가 울산시장 하명수사 사건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정신 못차리는 야당에 회초리를 주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런 흐름은 연령대가 내려가며 확연해졌다. 주부 박모(50)씨는 “통합당은 갈수록 민심과 먼 정치를 하는 것 같고, 민주당이 그나마 국민정서를 헤아려 정치를 하는 것 같아 황 당선자를 택했다”고 말했다. 대학 새내기로 처음 투표를 했다는 정모(20)군도 “후보보다 당을 우선했고, 수구적 행태를 보이는 야당보다 진보적인 여당 쪽 후보를 찍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노년층에선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된 황 당선자의 승리가 못마땅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문창시장에서 만난 70대 상점주인은 “하명수사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당선되다니, 뭐 이런 선거가 어딨어”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하명수사 피해자를 자처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까지 달려와 황 당선자를 공격했지만 표심에 미친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중구지역 공무원은 “지역 경찰청장을 지내고 출마했지만 구청장과 현역의원 출신인 상대보다 인지도에서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언론에서 자꾸 ‘하명수사’를 거론하며 출마사실을 알려주니 자연스레 인지도를 높여준 꼴 아니냐”고 반문했다. 산성동 주민 박모(69)씨는 “언론 공세로 황 당선자의 공직사회 내 입지 등을 알게 됐고 새 인물에 대한 기대감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신종 코로나 여파로 미디어선거가 강점을 발휘할 수 밖에 없었다”며 “초선인 이 후보는 미디어의 관심을 못받았는데 전국적인 언론에 등장한 황 당선자가 노이즈 마케팅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대전=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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