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안펀드 참여 은행ㆍ증권사 등추가 자본금 적립 부담 줄이고예대율 위반도 한시 허용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을 돌파할 카드로 각종 금융 지원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금융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금융사의 ‘자금 공급 여력’을 늘리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로 금융권의 자금 공급이 최대 394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 덜 쌓고 대출 늘려라”
금융위원회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에 참여하는 은행, 보험ㆍ증권사의 자본적립 부담이 줄어든다. 펀드에 투자하는 금융사는 손실에 대비해 투자액에 ‘위험가중치’를 곱한 만큼을 추가 자본금으로 쌓아야 한다. 하지만 증안펀드에 참여한 은행은 이 위험가중치를 300%에서 100%로 줄여주고, 보험사는 8~12%에서 6%로, 증권사는 9~12%에서 4.5~6%로 절반 가까이 내린다.
또 은행에 적용될 자본 규제안 일정도 조정됐다. 금융위는 앞서 기업대출에 대한 자본규제 기준이 완화되는 ‘바젤Ⅲ 최종안’을 1년 반 앞당겨 시행한다고 밝힌 데 더해, 은행에 대한 ‘거액 위험노출(익스포져) 한도 규제’ 시행 시기를 내년 이후로 연기했다. 거액 익스포져 한도는 한 기업에 대한 대출이 은행 기본자본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규제가 당장 적용되면 한도에 근접하는 기업이 많아 은행들이 대출을 축소할 수 밖에 없었는데, 적용이 미뤄지면서 기업에 추가로 대출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증권사의 기업 대출 규제에도 여유가 생긴다. 기존에 순자본비율(NCR)을 계산할 때 최대 32%가 적용되던 기업대출금 위험가중치가 최대 16%로 내려간다. 특히 중소ㆍ벤처기업의 대출채권에 대해서는 위험가중치가 100%에서 0~32%로 대폭 하향 조정된다.
◇현금, 자산 묶어두지 않도록 유도
금융사의 ‘유동성 규제’도 풀린다. 은행에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내려간다. 고유동성자산(쉽게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향후 30일간 유출될 현금의 100%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했는데, 코로나19 대응용 금융 지원을 하는 경우엔 85%만 보유하고 있어도 된다는 것이다.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중) 규정 위반도 봐준다. 기존 규정으로는, 은행의 대출액이 보유 예수금보다 적어야 한다. 하지만 올해 6월까진 대출금이 예수금보다 많아도(5%포인트 이내) 제재를 하지 않는다. 또 올해 중 취급한 개인사업자대출은 가중치를 100%에서 85%로 내려 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여력을 늘린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핵심 정책금융 기관인 산업은행에 대한 규제도 대거 완화된다. 우선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적용이 유예된다. 산은은 민생ㆍ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 따라 산업금융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해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산금채는 NSFR에서 안정자금 인정비율이 높지 않아, 산은의 NSFR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당국은 내년 6월 말까지 NSFR 10%포인트 이내 위반에는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했다.
카드사의 대출 기준인 ‘레버리지 한도’를 현행 6배에서 8배로 확대하고,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의 예대율 기준도 완화(10%포인트 이내)한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전체 금융권의 자금공급 여력이 약 206조원에서 최대 394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이는 금융권의 최대 공급 규모를 산출한 것으로, 실제 공급액은 이와 다를 수 있다”며 “법규 개정 없이 추진 가능한 사안은 즉시 이행하고 법규 개정 필요사항은 최대한 신속히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