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부따’도 첫 얼굴 노출... 신상공개 어떻게 변해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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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부따’도 첫 얼굴 노출... 신상공개 어떻게 변해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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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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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콜콜 How] 2009년 강호순 검거 계기로 신상공개 시작 

 김수철ㆍ고유정ㆍ안인득 등 20여명 신상공개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 및 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앳된 얼굴에 잔뜩 긴장한 채 움츠린 어깨. 18일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된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공범 ‘부따’ 강훈(18)군은 어리숙해 보이는, 평범한 10대 소년의 모습이었습니다.

2001년생인 강군은 미성년자이지만, 경찰은 범죄가 중한 점을 감안해 신상공개를 결정했죠. 10대 피의자의 신상공개는 2010년 신상정보 공개 제도 시작 이후 처음 있는 일인데요. 첫 미성년자 신상 공개로 피의자 신상 공개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신상공개, 언제부터 시작했나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이 지난해 8월 12일 제주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고 나와 호송차에 오르기 전 한 시민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신상공개 제도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사실 1990년대까지는 별다른 절차 없이 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게 관행이었어요. 그러다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 학생들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인권침해 문제가 떠올랐죠. 이듬해인 2005년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이 만들어지면서 흔히 봤던 마스크와 모자를 쓴 피의자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수 년 동안 강력범죄 사건이 반복되면서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요구가 커졌어요. 7명의 부녀자를 살해한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2009년 검거되면서 흉악범의 신상 공개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죠.

그래서 나온 법이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입니다. 네 가지 조건에 의거해 피의자 신상공개를 하도록 한 건데요.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국민 알 권리 및 재범방지·범죄예방 등 공공이익 보장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 상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에 해당해야 하죠.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이 병원을 가기 위해 4월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동안 20명이 넘는 피의자들이 신상공개로 대중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2010년 6월 서울 영등포구 한 초등학교에서 8살 여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을 시작으로 2012년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 오원춘, 2017년 ‘어금니 아빠’ 이영학, 2018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김성수 등의 신상이 공개됐어요.

최근 사례로는 지난해 6월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고유정이 있죠. 고유정은 첫 정식 재판에 참석할 당시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채 이동했다가 분노한 시민에게 머리채를 잡혀 10m 가량 끌려가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4월 자신이 사는 경남 진주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에게 흉기를 휘두른 안인득도 있습니다. 얼굴을 드러낸 그는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지만, 억울하다”고 해 공분을 샀죠.’’

 첫 미성년자 신상공개, 어떻게 가능했나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이상합니다. 그 동안 미성년자는 기준에 걸려 신상공개가 안됐는데, 강군은 어떻게 공개가 가능했을까요.

강군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에 이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를 적용한 두 번째 신상공개 피의자에요. 이 법 또한 미성년자는 제외합니다.

조씨는 성인이었기 때문에 법을 적용하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강군은 달랐죠. 민법 제4조에서는 ‘사람은 19세로 성년에 이르게 된다’고 명시합니다. 강군이 민법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앞서 신상공개까지는 무리라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왔었죠.

하지만 16일 서울지방경찰청의 신상공개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강씨의 신상공개가 결정됐습니다. 법조인, 대학교수 등 외부위원 4명과 경찰관 3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는 “미성년자인 피의자가 신상공개로 입게 될 인권침해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으나, 국민의 알 권리, 동종범죄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차원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므로 피의자의 성명,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심의했다”고 설명했어요.

특례법 적용이 가능했던 건 청소년보호법을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을 만 19세 미만인 사람으로 규정하고, 만 19세가 되는 해 1월 1일이 지난 사람은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요. 이를 적용해서 2001년생 강군에 대한 신상공개의 법적 근거가 생긴 겁니다. 심의위원회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건 신상공개에 대한 국민 요구가 거센 점을 고려하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뿌리 뽑으려는 의지도 반영됐다고 해석할 수 있겠죠. 법의 사각지대를 활용해서라도 사안을 엄격하게 다루려는 겁니다.

강군은 16일 신상공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요청했어요. 강군을 대리하는 강철구 변호사는 “아직 미성년자인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굳이 공개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죠.

하지만 강군의 노력은 되레 자충수가 됐습니다.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신상공개의 명분만 더 강해졌기 때문이에요. 법원은 “공공의 정보에 관한 이익이 강훈의 명예, 미성년자인 강훈의 장래 등 사익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하므로 신상공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찰의 입장에선 미성년자라 내내 걸렸던 부분도 해결된 셈이죠.

결국 강군은 다음날 포토라인에 섰습니다. 아직 앳된 모습의 강군이 그런 일을 벌이다니 씁쓸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죠. 그 동안 디지털 성범죄는 살인 등 다른 강력범죄보다 가볍다는 인식이 있었는데요. 이번 일을 계기로 잘못된 인식을 바꿀 수 있을까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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