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 사망자 4590명 최고치 기록하던 날, 기업ㆍ공공시설 등 정상화 지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멈춰선 경제활동 재개를 위해 ‘3단계’ 대응 지침을 내놨다. 그간 조기 재개 공언과 달리 대략적인 윤곽만 권고하는 데 그쳐 그가 한 발 물러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내달 1일을 기점으로 경제 정상화를 희망했으나 각 주(州)마다 감염병 확산 속도가 다르고 주정부의 행정권을 강제하기 어려운 현실을 받아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4,000명을 넘으며 최고치를 기록해 경제 재개를 선포하려던 당초 취지도 무색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접근법은 경제활동 복구에 필요한 3단계 윤곽을 그리는 것”이라며 “한꺼번이 아닌 한 번에 하나의 신중한 단계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주가 폐쇄 상태를 유지하면 그렇게 하도록 허용하고 재개할 시기라고 믿을 경우 매우 빨리 그 일을 이루게끔 안내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 정상화 세부 시점과 실행 방법은 주정부 판단에 맡기겠다는 의미다. 그는 앞서 주지사들과의 화상회의에서도 “여러분이 주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공개된 ‘미국의 재개’라는 이름의 지침은 코로나19 완화 추이를 3단계로 나눠 개인ㆍ기업 및 공공시설, 체육관, 술집 등의 정상화 조건을 제시했다. 우선 1단계 진입 요건으로 △14일간 독감ㆍ코로나19 증상이 하향 곡선을 긋고 △같은 기간 환자수가 줄거나 검사수 대비 양성 반응이 떨어지며 △병원이 모든 환자를 치료하고 의료진을 위한 강력한 검사 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화관, 식당 등 운영은 엄격한 거리두기 조건 아래서만 가능하다. 기업은 원격근무를 권장하되 가능하면 단계적 복귀를 권고했다. 단 휴교는 유지하고 요양원ㆍ병원 방문은 여전히 금지된다. 취약 계층 대피령과 10인 이상 모임 불허 조치 역시 계속 지켜야 한다.
코로나19 재확산 증거가 없고 1단계 조건을 두 차례 만족할 경우 2단계 대응이 시행된다. 개학과 비필수적 여행이 허용되고, 술집은 입식 형태로 부분적 운영이 허용된다. 모임 금지 규모도 50인 이하로 확대된다. 요양원ㆍ병원은 2단계에서도 찾을 수 없다. 1단계 요건을 세 차례 거친 3단계에선 취약 계층의 공공장소 활동이 가능해진다. 요양원ㆍ병원 방문이 재개되며 식당, 영화관 등은 제한된 거리두기를 준수한다는 요건 아래 문을 열 수 있다.
지침에 다양한 조건이 포함돼 있긴 하나 단계별 정상화 시기를 못박지 않고 내용도 모호해 구체적 실행 방안은 결국 주정부가 마련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각 주가 지역별로 힘을 모아 경제 재개 시기 및 방법을 논의 중이라 ‘공동 협의체’가 구심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미 동부에선 뉴욕 뉴저지 등 6개주가, 서부에선 캘리포니아 등 3개주가 여러 전략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이날 미시간 오하이오 등 중서부 7개주도 공동 조율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다만 이들 주는 코로나19 타격이 워낙 커 정상화 일정이 나오기까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실제 지침이 발표된 이날 뉴욕주는 영업 폐쇄 조치를 내달 15일까지 연장했고, 위스콘신ㆍ미주리주도 자택 대피명령을 다음달 말까지 늘리기로 했다. 게다가 이날 하루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4,591명으로 집계돼 전날 기록한 일일 최고치(2,569명)를 훌쩍 뛰어 넘은 만큼 경제활동 재개 논의는 당분간 진전되기 어렵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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