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 곤충박물관 운영하는 김태완ㆍ곤충 판매 가게 연 권관우씨
곤충의 ‘신분’은 지난해 깜짝 상승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축산법 고시를 바꿔 장수풍뎅이, 여치 등 곤충 14종을 가축으로 처음 인정한 게 계기였다.
해충 취급받던 곤충은 양지로 나왔다. 서울의 초등학교에선 올해 처음으로 3학년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곤충교실’이 열리고, 서울시는 곤충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창업자 지원 사업을 시작한다. 곤충이 일상을 파고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 변화를 이끌고 모험의 선두에 선 두 주인공이 있다. 국내 민간에서 가장 많은 곤충종을 보유한 만천곤충박물관과 서울 영등포구 곤충체험학습장을 운영하는 김태완(61)씨와 지난해 12월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곤충 가게를 연 권관우(27)씨.
1988년 표본 사업을 시작해 곤충과 반평생을 산 김씨는 ‘곤충 전도사’다. 지난 15일 찾은 영등포구 곤충체험학습장엔 연둣빛 등껍질이 화려한 카메룬의 꽃무지와 밤톨 모양으로 턱이 매섭게 뻗은 페루의 스파타 골로파 장수풍뎅이 등 희귀한 곤충들이 벽 곳곳에 표본으로 걸려 있었다. 박씨가 30여 년 동안 전국 팔도를 누비고 해외 각지를 돌며 모은 곤충들이다. 김씨는 “1만 여 종을 여태 모았는데 처음엔 말벌에게도 쏘이고 지네한테 물리며 채집하는 데 고생 좀 했다”며 웃었다.
고생하며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고집한 건, 곤충만이 줄 수 있는 새로움 때문이었다.
김씨는 “곤충이 100만 종이 넘고 그 중에 인간이 아는 건 10%가 채 안 된다”라며 “채집할 때 만나는 새로운 곤충에 대한 설렘이 여기까지 날 이끌었다”고 말했다. 여섯 살 때부터 서울 용산 집에 곤충연구실을 만들어 곤충을 잡아 모으던 김씨는 그 때부터 친구들 사이서 파브르(곤충학자)로 불렸다.
‘21세기 도심 한복판에서 컴퓨터나 핸드폰이 아닌 곤충을 파는 청년 사업가’ 권씨는 다섯 살 때 가족과 떠난 여행이 지금의 삶으로 이끌었다. 권씨는 “인천에 이작도로 여행을 갔는데 밤에 몇십마리의 반딧불이 붉을 밝히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라며 “멋진 풍경에 놀란 뒤 계속 곤충을 찾아 다니게 됐다”라고 말했다.
권씨는 학교에서 ‘곤충 박사’로 통했고, 대학전공도 곤충학을 택했다. 애완용으로 곤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미래의 대안식량으로 곤충이 떠오르는 추세를 보면서 용기를 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곤충 시장 규모는 2011년 1,680억원에서 2020년엔 5,363억원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권씨가 서울에 곤충 가게를 연 배경이다. 곤충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곤충 체험 불모지로 여겨졌던 서울에도 권씨처럼 곤충 판매와 체험 학습을 병행하는 업체가 하나 둘씩 늘어가는 분위기다.
세대를 훌쩍 뛰어 넘어 김씨와 권씨는 서울시 곤충산업연구회에서 만났다. 곤충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곤충에서 미래를 찾고 싶은 열망이 이은 다리였다.
“헬리콥터나 제트스키 등이 곤충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됐잖아요. 환경을 고려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현격히 적은 곤충이 미래의 훌륭한 단백질이 될 거라 믿고요. 식용에 대한 반감을 없애는 게 숙제이겠지만, 곤충은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해요.”(김씨)
“애기뿔소똥구리에서 코프리신이란 신 물질을 분리해 피부 친화성 화장품이 개발됐잖아요. 곤충은 21세기 발명의 요람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권씨)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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