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1~2년 뒤에 병원 찾아 치료 시기 놓쳐
대변이 찔끔찔끔 새는 변실금은 항문 괄약근이 손상돼 항문을 죄는 기능이 약해지거나 괄약근 조절 신경에 문제가 생겨 변의(便意)를 뇌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생긴다.
국내 유병률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65세 이상(738만1,000명) 고령인 가운데 10% 정도가 변실금으로 고통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이 남성보다 괄약근이 짧고 두께가 얇아 임신ㆍ출산으로 골반저근육이 손상되고 신경이 늘어나 더 많이 발병한다.
변실금은 가스가 새는 가벼운 것부터 대변 덩어리가 하루에 몇 차례씩 나오는 증상까지 다양하다. 게다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일으켜 대인기피증, 우울증 등 정신질환까지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변실금을 부끄럽게 여겨 병원을 제때 찾는 사람이 드물어 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대한대장항문학회가 국내 변실금 환자 10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변실금에 대한 이해가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이 변실금인지 잘 모르거나 알아도 증상을 숨기고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 환자의 42.6%가 증상이 나타나고 1년이 지나서야 병원을 찾았다. 늦게 진료를 받은 이유로는 병이 아닌 줄 알아서(49.4%), 부끄러워서(23.2%) 등의 응답이 많았다.
정순섭 이대목동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변실금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호전되지만 1~2년씩 망설이다 심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환자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변실금을 방치하면 더 심해진다. 그래서 케겔운동 등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항문 수술 등으로 항문을 한 번 다치게 되면 다시 정상으로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정 교수는 “항문 괄약근 같은 경우 수술 후에 다칠 수도 있고 분만과 관련해 다칠 수도 있는데 한 번 다치면 되돌리기가 어렵다”고 했다.
변실금은 치핵ㆍ치루수술 후 괄약근이 손상돼도 생긴다. 당뇨병ㆍ뇌졸중ㆍ뇌종양ㆍ척수 손상ㆍ치매 등이 있어도 발생할 수 있다. 크론병이나 궤양성대장염 등 염증성장질환ㆍ직장탈출증ㆍ직장암으로 수술을 받은 뒤에도 나타날 수 있다. 골반에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에도 직장 순응도가 떨어져 변실금이 올 수 있다.
별실금은 증상ㆍ원인이 다양하므로 의사에게 자세히 알리고 적절한 검사를 받아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 식이조절과 지사제 같은 약물요법ㆍ지지요법ㆍ케겔운동ㆍ바이오피드백 치료 등 비침습적 치료만으로도 호전된다.
식이조절로는 시간을 정해놓고 변을 보고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과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변비ㆍ설사를 예방하는 것이다. 설사를 일으키는 자극적이고 매운 음식과 커피ㆍ맥주ㆍ우유ㆍ귤ㆍ견과류 등도 삼가야 한다.
지지요법은 환자를 이해하고 위로해 적응 능력을 높이는 일종의 정신요법이다. 분만ㆍ수술 등 과거 병력 청취와 배변ㆍ변실금 횟수 등을 자세히 듣고 정해진 시간에 배변하기 등 증상 완화를 위한 생활 방식을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케겔운동은 골반 근육을 하루 50~100번 정도 조이고 이완하기를 반복해 괄약근을 강화하는 것이다.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항문 내 근육 압력과 복압을 측정하는 센서와 모니터를 활용해 대변이 직장에 있을 때 느끼는 꽉 찬 느낌과 괄약근과 골반근육을 조절해 배변 기능을 교정하는 치료다. 배변을 조절하는 골반과 괄약근이 수축ㆍ이완하는 과정을 모니터로 환자가 직접 보고 들으며 스스로 조절 기능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증상이 심각해도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끊어진 괄약근을 복원하는 괄약근 성형술, 주사요법, 인공 괄약근 삽입, 척추신경자극술 등으로 증상이 호전되기 때문이다. 분만 등으로 괄약근이 손상됐다면 초기에 수술하는 게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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