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장에서 한 달 반(30거래일) 동안 15조원 가량 주식을 팔아 치운 외국인이 돌아왔다. 덕분에 코스피는 한 달여 만에 1,900선을 회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기미를 보이는 데다 치료제 개발 기대감까지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1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7.46포인트(3.09%) 상승한 1,914.53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1,900선을 회복한 건 지난달 11일(종가 1,908.27)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이 3,226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지난달 5일부터 기록적인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그 사이 14조7,649억원어치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를 빠져 나갔다. 순매도 기간은 역대 두 번째, 금액 기준으론 최대였다.
외국인 매수세는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전체 순매수 금액의 82%(2,635억원)를 들여 삼성전자를 쓸어 담았다. 삼성전자는 이에 힘입어 지난달 12일(종가 5만800원) 이후 25거래일 만에 5만원대(5만1,400원)를 회복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올해 저점(4만2,500원) 대비 21% 상승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이날 6,05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하락장에서 삼성전자를 꾸준히 매수해 온 개인들이 이익 실현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코스피가 지난달 1400선까지 하락한 후 불과 한달 만에 1,900선까지 회복함에 따라 개인들의 저가매수 열풍을 일컫던 ‘동학개미운동’이 성공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선 이날 오전 발표된 미국의 단계적 경제활동 재개 방침과 미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코로나19 치료제 효능 입증 소식이 세계 증시에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공포심리가 누그러지면서 경기회복 기대감까지 반영된 결과로 보여진다. 일본 닛케이225지수(3.15%)를 비롯해 중국 상하이종합, 홍콩 항셍지수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상승했다.
다만 경제침체 가능성이 여전히 증시를 짓누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 성장 둔화를 비롯해 전 세계 고용지표 악화는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제 활동 재개도 현재로선 가능 여부가 불투명하다. 권희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선 미국 지역별 확산 현황과 의료전문가들의 권고 내용이 더 중요해 보인다”며 “경제 재개는 5월 중순은 돼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봤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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