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선수들 전방위 활약한 민주 “100년에 한 번도 어려운 승리”
인물ㆍ구도ㆍ바람 모두 밀린 통합당은 선거 직전에야 상황 심각성 인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가 15일 선거사무소 상황실에서 21대 국회의원선거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인 김숙희 여사와 꽃다발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운데),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왼쪽), 이인영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해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ㆍ15 총선이 여당 압승으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합쳐 180석을 차지했다. 1987년 개헌 이후 최고의 성적이었다. 300석 중 5분의 3을 차지하며 개헌 외에는 국회에서 거의 모든 일을 마음껏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향후 4년 입법권력을 장악한 셈이다. 2016년 20대 총선부터 시작해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를 한 미래통합당은 재정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총선 과정을 취재해온 국회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여 선거 과정을 되짚어봤다.

나를 돌아봐(돌아봐)= 총선 투표율이 66.2%를 기록했는데 28년 만에 최고 수치였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투표율이 낮을 것이란 예상도 있었는데요.

정릉막걸리= 10, 11일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투표율이 20대 총선(12.2%)보다 두 배 이상 높은 26.7%로 나왔을 때만 해도 코로나19에 따른 ‘분산효과’란 분석이 많았어요.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최종 투표율도 역대급이었죠. 거대 양당의 지지층이 대거 결집한 것도 투표율에 꽤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돌아봐= 민주당이 대승을 했습니다. 예상했던 결과인가요.

연두 담쟁이(담쟁이)= 한 마디로 ‘이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오히려 겁이 날 정도다’의 상황이에요. 사실상 민주당의 총선 승리는 예견된 일이었죠. 이미 수개월째 민주당 정당 지지도는 통합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질렀어요.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부 심판을 원하는 시민보다는 '보수 야당의 대안 없는 발목잡기'를 심판하겠다는 시민들이 눈에 띄게 많았고요. 그렇다 해도 이런 압승과 대패는 사실 전망치를 크게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죠.

떡볶이 처돌이= 민주당의 전략가인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도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결과”라고 말했을 정도죠. ‘스윙 보트’ 지역이라고 불리는 충청도 이번에는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으니까요.

오늘은 언해피핑크(언해피)= 통합당은 자체 여론조사 등을 통해 총선 직전 주말에야 상황의 심각성을 알았다고 합니다. ‘정권 심판론’을 외쳤던 구호가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라도 야당을 뽑아달라”는 읍소로 바뀌고, 개헌 저지선(100석) 확보도 어렵다는 호소를 했던 게 엄살이 아니었던 거죠.

돌아봐= 민주당 승리에 가장 기여한 인사를 꼽는다면.

담쟁이= 한 명을 꼽기는 어려워요. 민주당이 최근 가장 애정하는 단어를 빌리면 '원팀의 힘’이죠. 돌아보면 민주당은 여러 리스크 속에서도 역할 분담이 잘 돼 왔어요. 이해찬 대표는 총선에 불출마하는 상태에서 강한 리더십으로 전략을 짜고 컨트롤타워, ‘두뇌’ 역할을 했죠.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대표 선수'였습니다. 그는 부지런한 태도와 품위 있는 언사로 지지층이 두텁습니다. 직접 서울 종로에 나서 뛰면서, 또 전국에서 후보들을 지지하면서 ‘일하는 여당’ 지지를 호소했어요. 중요한 선거 프레임의 한 축을 형성했죠.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 등 전략가도 역할이 컸죠. 이인영 원내대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 여권 대표 선수들이 전방위로 활약하며 민주당은 '대표 선수 많은 당'의 세를 유감없이 발휘했죠.

황교안(오른쪽) 미래통합당 대표가 21대 총선일인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개표상황실에서 총선 결과 관련, 당대표직 사퇴를 밝힌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돌아봐= 통합당 대패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요.

담쟁이= 보수 세력이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싸늘해진 민심의 흐름을 전혀 바꿔놓지 못했어요. 반성과 쇄신을 통해 새로운 보수의 상을 보여줬어야 할 시기에 탄핵과 명확히 선을 긋지 못했고, 선거를 앞두고 급한 이합집산을 하며 불신을 키웠죠.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가 태극기부대 등과 함께 국회에 난입했던 사건이 이를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죠. 또 야권이 대안 없이 발목잡기만 하는 모습으로 큰 실망감을 안긴 것도 문제였죠.

광화문 찍고 여의도(찍고)= 이미 오래 전부터 민심은 여당에 기울어져 있었던 데다, 공천 과정에서부터 이어진 통합당의 헛발질이 상황을 악화시켰죠. 보수 통합 때도 전혀 반응이 없던 무당층이 선거를 한 달쯤 앞두고서야 서서히 지지 정당을 찾아가는 경향을 보인 건 "통합당을 지지하긴 어렵다"는 사인이었어요. 이걸 재빠르게 읽고 논란을 일으킬만한 일은 차단해야 하는데 어설픈 공천, 공천 번복, 잇단 막말 논란에 스스로 무너졌습니다.

돌아봐= 통합당 패배의 가장 큰 책임자를 꼽는다면.

찍고= 황교안 전 대표 책임이 일단 크죠. 지난해 초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때부터 그의 역할은 크게 봐서 딱 하나, 21대 총선 승리였습니다. 그런데 기존 의석 사수는커녕 궤멸 수준의 참패를 당했습니다. 대표직을 흔들 수 있을 만한 강력한 계파 수장이 없는 상황인데도 리더십 논란이 일었고 막말 논란도 많았어요. ‘황세모’라는 별명은 그냥 우스갯소리가 아닙니다. 그만큼 리더로서 판단 역할을 못했다는 뜻이죠. 그런데도 딱히 대안이 없다는 게 보수의 불행이죠.

언해피= 총선에서 당락을 가르는 3요소로 ‘구도ㆍ인물ㆍ바람’을 꼽습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통합당에 호락호락하지 않았어요. 통합당은 ‘정권심판론’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구상이었지만 그마저도 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 우호적인 여론 때문에 제대로 먹히지 못했죠. 그 외에도 공천 과정의 크고 작은 논란, 대안을 보여주기보다 상대 헐뜯기에 급급한 모습 등 종합적인 상황을 볼 때 통합당의 참패는 이미 예견되고 있었습니다.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도 문제였습니다. 세월호 유가족 망언 이후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차 후보의 징계 과정에서도 당 윤리위원회는 강한 징계 대신 ‘탈당 권유’ 처분을 내리는 등 엇박자를 보였죠. 게다가 망언이 계속되자 뒤늦게 ‘제명 조치’를 하는 등 당 전체가 우왕좌왕한 상태로 선거를 치렀어요.

심상정 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돌아봐= 거대 양당을 제외한 정당들의 성적표도 좋지 않았는데요.

담쟁이= 정의당이 최대 피해자죠.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꼼수가 아니었다면 사실상 14석을 확보했을 정의당은 지역구에서 1석, 비례에서 5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어요. 정당 투표에서 9.67%를 얻고도 국회 의석 300석 중 6석, 즉 2%를 확보하는데 그친 것이죠. 처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자 했던 취지는 바로 이런 일을 방지하자는 것이었는데, 민주당과 통합당이 기억이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세 당이 합당해 현역 의원만 20명에 달하는 민생당이 한 석도 얻지 못한 것도 치욕적인 결과죠. 손학규, 정동영, 천정배, 박지원 등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던 '올드보이'들도 모두 일단은 무대 뒤로 물러나게 됐습니다.

찍고= 비례정당 참패 속에서 국민의당이 3석을 건진 것은 그래도 의미가 있다는 해석도 나와요. 당장 의석이 쪼그라든 통합당 내부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데려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니까요. 목표로 했던 국회 캐스팅보터 역할은 하지 못하겠지만 최소한 중도보수진영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돌아봐= 총선 이후 정국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담쟁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 주도권이 강화되겠죠. 행정과 입법의 영역에서 양 날개를 달았으니 밀린 국정과제들을 차근차근 수행해 나가려는 잰걸음이 이어지겠죠. 정부와 여당의 손발이 착착 맞기만 한다면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미흡했던 것들이 빠르게 추진되지 않을까 싶어요. 무엇보다 정권 후반기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일은 2022년 대선에서 차기 대권 확보에 교두보를 놓는 일이라 여권 입장에선 더욱 중요한 숙제죠. 종로에 당선되고, 동시에 선거를 승리로 이끈 한 축인 이낙연 전 총리의 대권 가도는 더욱 탄탄해지게 됐죠. 통합당이 쇄신 속도를 내 거듭날지, 과연 어떤 대선 후보를 내놓아 민주당 후보들과 경쟁하게 될지도 재미있는 장기 관전 포인트네요.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