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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도장 문화’에 발목 잡힌 일본의 재택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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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도장 문화’에 발목 잡힌 일본의 재택근무

입력
2020.04.19 14:00
수정
2020.04.19 19:3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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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사무실 출근 최소 70% 감소” 요청

대기업도 ‘상사 날인’ 위해 주 1~2회 출근

긴급사태로 전자도장서비스 업체 문의 쇄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급사태 대상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한 다음날인 17일 오전 도쿄 시내가 마스크를 착용한 출근길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급사태 대상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한 다음날인 17일 오전 도쿄 시내가 마스크를 착용한 출근길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매주 한두 번은 상사로부터 날인을 받으려고 출근하고 있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 정부가 직장인들에게 재택근무를 요청하고 있는 가운데, 도쿄의 한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40대 여성은 마이니치신문에 이 같이 말했다. 지난달 초부터 재택근무가 도입됐으나 경비 정산 서류에 상사의 도장을 찍기 위해 전철을 이용해 출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장을 찍어주는 상사도 여러 부하직원들의 서류 결재를 위해 주당 서너 번은 회사에 나오고 있다고 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7일 도쿄 등 7개 지역에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사람과의 접촉 70~80% 감소’를 목표로 재택근무의 원칙적 실시를 요청했다. 사무실 출근이 부득이한 경우는 출근자 최소 70% 감소를 당부했다. 그러나 위 사례처럼 일본 기업 특유의 ‘도장 문화’가 재택근무 확산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꼽히고 있다. 서류 작성은 개인컴퓨터(PC)로 가능하지만 결재 및 계약 서류에는 상사나 임원의 날인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일본정보경제사회추진협회에 따르면 인감이나 자필서명 대신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전자계약을 일부라도 도입한 기업은 1월 기준 43.3%에 그쳤다. 디지털 기업인 라인(LINE)조차 한달 동안 1,000통에 달하는 계약서류에 도장을 찍을 정도다.

대기업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도장을 찍은 서류를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소ㆍ영세기업에선 계약서를 제본해 도장을 찍어 계약 상대에 우편으로 발송한 뒤 도장을 찍어 다시 보내달라는 경우도 흔하다.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대기업에서도 계약ㆍ회계 담당 직원들의 출근이 불가피한 마당에 중소ㆍ영세기업의 재택근무는 언감생심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후생노동성 내 전문가 그룹인 ‘클러스터(집단감염) 대책반’의 니시우라 히로시(西浦博) 홋카이도대 교수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아직 통상적인 출근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 걱정된다”며 외출 자제를 강조했다. 정부 기대만큼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있지 않은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아베 총리가 16일 긴급사태 대상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해 지방에 거점을 둔 기업들도 재택근무 요청에 직면한 상태다.

재택근무를 채택하는 기업들이 증가하자 스마트폰이나 PC에서 문서 날인을 할 수 있는 전자도장(인감)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는 업체에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문구 업체인 시야치하타는 ‘도장결재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 품의서나 견적서 등을 전자문서로 올리면 등록돼 있는 전자도장을 날인할 수 있도록 했다. 2017년 6월부터 전자도장 개당 월 100엔의 이용료를 받았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공헌 차원에서 당분간 무료로 전환했다. 이에 지난달 말 1만3,500건에 그쳤던 이용 건수는 긴급사태 선언 이후인 이달 중순 무려 5만건을 넘어섰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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