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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라스트마일’ 전략, 소비자 마지막 접점까지 차별화한다

입력
2020.04.20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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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여파로 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는 비율도 부쩍 증가했다. 이 브랜드는 여기서만 살 수 있으니까 혹은 이 제품은 여기가 가장 싸니까와 같은 이유를 대다 보면 어느새 현관 앞엔 택배 상자가 쌓여간다. 최근 온라인 쇼핑에서 싼 가격, 다양한 제품 구색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배송 편의’다. 빨리 배달되는지, 원하는 시간대에 배달되는지, 배송 사고는 없는지 등 주문한 제품과 만나기 직전의 경험이 때로는 여러 쇼핑몰을 기웃거리며 가성비 좋은 제품을 찾으려는 노력보다 구매 만족감에 더 크게 기여하기도 한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마지막 1㎞’정도로 번역될 수 있을 ‘라스트 마일’이라는 영어 표현이 있다. 원래 뜻은 ‘죄수가 사형장까지 걸어서 이동하는 마지막 거리’를 의미하는데, 최근에는 ‘소비자 여정의 마지막 접점을 차별화하는 전략’이란 의미로 확장되어 사용된다. 제품이 배송되어 고객에게 닿기 직전까지의 순간은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지하철에서 내려 약속 장소까지 걷는 이동거리는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광대역 전송 신호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TV 등의 기기와 연결되는 순간은 ‘라스트마일 테크놀로지’로 불린다.

라스트마일 전략은 기존 서비스와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다. 모바일 세탁서비스업 ‘런드리고’는 세탁하고자 하는 의류를 우리집 현관 손잡이에 걸어두면, 그 순간으로부터 24시간 내로 세탁을 완료해 다시 걸어준다. 옷을 맡기고 다시 찾아오는 번거로움이 없는데다, 배달하시는 분과 직접 대면할 필요도 없다. 우리 동네 다른 세탁소에 비해 서비스 품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초저가 세탁대행서비스에 비해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옷을 맡기고 찾는 마지막 순간의 편의성이 이를 상쇄한다.

해외에선 좀 더 급진적인 서비스도 선보인다. 월마트가 시행하고 있는 ‘홈인 딜리버리’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은 집 앞까지 배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배송 직원이 우리 집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와 냉장고에 물건을 차곡차곡 정리까지 해주는 서비스다. 낯선 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한 번만 사용 가능한 임시 비밀번호가 발행되는 현관도어록 시스템, 배송직원이 냉장고에 물건을 정리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동영상 시스템 등을 활용해 고객의 불안감을 낮춘다.

의외의 영역에서도 라스트마일이 부상한다. 현대ㆍ기아차가 선보인 ‘자동차 빌트인(built-in) 전동 스쿠터’는 운전 중에 충전이 되었다가 주차 후에는 목적지까지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빌리티 기기다. 이르면 2021년 출시되는 신차의 선택 사양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TV, 모니터와 같은 디스플레이 기기에서도 라스트마일이 중요하게 대두될 수 있다. 원하는 시간대에 언제든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OTT, VOD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기기 간의 매끄러운 연결성을 지원하는 기술에 대한 요구가 급증할 수도 있다.

과거의 소비자는 제품 하나를 사더라도 브랜드부터 시작해 품질, 디자인, 가격, 배송 등을 모두 고려하는 ‘통합적 의사결정’을 따랐다. 반면, 요즘 소비자 중엔 내가 꽂힌 속성 하나에만 집중하는 ‘선택적 의사결정자’가 많다.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가 상향 평준화하는 시대에, 구매 여정의 마지막 순간에 경험하는 혁신성이 선택적 의사결정의 핵심 속성으로 부상하는 것이다.

결국 라스트마일 전략은 배송 최적화ㆍ시간 최적화ㆍ경험 최적화를 바탕으로 고객 접점을 특화할 수 있는가에 성공 여부가 달렸다. 생산자 중심의 차별화 경쟁에서 한 걸음 나아가 고객과 접촉하는 내밀한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그 마지막 순간이 곧 기회의 순간이 될 것이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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