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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차세대 방사광가속기와 균형 발전

입력
2020.04.20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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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ㆍ전북ㆍ전남 시도지사는 지난달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구축을 위한 공동건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범기 전북 정무부지사, 김영록 전남도지사, 이용섭 광주시장) 전남도청 제공
광주ㆍ전북ㆍ전남 시도지사는 지난달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구축을 위한 공동건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범기 전북 정무부지사, 김영록 전남도지사, 이용섭 광주시장) 전남도청 제공

세계 최초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등 신약의 개발에는 방사광가속기라는 숨은 공신이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빛의 속도로 전자를 가속해 얻은 방사광을 통해 물질의 기본 입자를 관찰,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초정밀 대형 연구시설이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로 소재ㆍ부품ㆍ장비의 국산화가 필요해지면서 정부에서도 핵심 연구시설로 방사광가속기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방사광가속기를 통하면 나노 크기의 물체까지 관찰할 수 있어 신소재 개발부터 바이오ㆍ생명과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신약 개발 등 산업 현장에서 그 활용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현재 방사광가속기를 비롯한 국가 대형 연구시설과 공공 연구기관은 수도권, 충청권, 경상권에 집중되어 있다. 호남권의 R&D 투자액 비중은 전국의 3.1%로 수도권(69.8%)과 충청권(14.8%)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과학계에서는 이러한 첨단연구시설과 R&D예산의 불균형을 지적하며 연구시설의 균형적 배치를 제안하고 있다. 스웨덴, 일본 등 해외는 대형 연구시설을 수도에서 수백㎞ 떨어진 곳에 분산해 구축한다.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신소재 및 신기술의 개발을 통해 전남의 에너지 신소재ㆍ의료ㆍ바이오ㆍ석유화학과 광주의 AI벨트ㆍ미래자동차, 전북의 농업 바이오ㆍ탄소산업 등 지역의 주력산업 역시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에너지 분야 이용률이 50%에 달하는 방사광가속기는 전남의 에너지 산업클러스터에 필수적인 연구 인프라다.

현재 설립 준비 중인 한전공대를 세계 최고의 에너지 전문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1986년 설립되어 불과 30년 만에 세계 공과대학으로 성장한 포항공대의 성공 역시 정부의 지원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호남권에서는 한전공대를 살릴 방사광가속기의 유치를 위해 광주ㆍ전남ㆍ전북 시장ㆍ도지사의 공동 건의문 발표, 21개 대학총장과 유치협력 협약 체결, 세계 최초로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해 가동하고 있는 스웨덴 맥스포(MAXⅣ)연구소와 기초과학 교류 협약 체결 등 혼신의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정부에서는 기본 요건, 입지 요건, 지자체 지원의 3개 부문으로 구성된 평가 기준을 밝혔다. 6조7,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 13만7,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는 대규모 시설의 입지를 선정하는 데 있어 균형발전 측면에 대한 고려가 이토록 낮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방사광가속기 입지 선정 시 균형 발전에 관한 지표는 더욱 심도있게 다루어져야 한다. 국가 균형 발전 항목은 미래 자원의 확장보다 입지 조건의 독립적인 항목으로서 반영되어야 한다. 지역과 국가의 미래성장을 이끌 연구개발 시설의 지역 간 불균형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가 새로운 성장 전략산업의 발전에 크나큰 인프라를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국가 균형 발전에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정책 효과를 기대한다.

이재훈 한전공대설립 범시도민지원위원장ㆍ전 산업자원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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