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는 다음달 르바란 명절 상여금을 하급 공무원과 군경, 퇴직자에게만 지급하기로 했다. 대통령과 장관들, 중앙정부 공무원 1, 2급과 그에 준하는 지방 공무원, 국회의원은 올해 상여금이 없다.
17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재무부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의 르바란 상여금(THR) 지급 기준을 발표했다. THR는 무슬림의 5대 의무인 라마단 한 달 금식 뒤 찾아오는 인도네시아 최대 명절 르바란(이드 알 피트르)에 맞춰 지급된다. 1년 이상 근무하면 한 달치 월급을 상여금으로 주는 게 보통이다. 민간 업체들도 르바란 명절이 시작하기 일주일 전 직원들에게 지급한다. 르바란 명절이 찾아오면 상여금으로 산 선물들을 싸 들고 우리나라 설 ‘민족의 대이동’처럼 고향을 방문하는 ‘무딕’이 벌어진다. 작년 무딕 인원은 2,300만명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명절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대체 휴일을 포함해 열흘 가까이 쉬는 게 보통인데, 올해는 대체 휴일 없이 다음달 24, 25일 이틀만 공식 명절 휴일로 지정했다. 대체 휴일은 연말로 돌렸다. 5월 21일 예수승천휴일과 23일 토요일 사이 22일을 추가 르바란 휴일로 지정해 최대 닷새(5월 21~25)를 쉴 수 있지만 선뜻 고향으로 가기엔 물리적으로 부담스럽다. 고향에서도 코로나19 전파 우려 때문에 귀성객들을 반갑게 맞을 상황이 아니다. 공무원들은 아예 올해 무딕이 금지됐다. 더구나 코로나19 여파로 직장을 잃어 상여금을 받을 수 없는 시민들, 상여금을 줄 형편이 안 되는 기업들은 울상이다.
대통령, 부통령, 부처 장관, 고위직 공무원과 국회의원에 대한 THR 지급 취소는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이 결정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세입은 급감한 반면, 빈민층 지원 등으로 세출은 급증한 데 따른 대응책이다. 일종의 고통 분담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월급으로 활동비 포함 6,000여만루피아(약 500만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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