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하지 않은 주(州)라면 “당장 내일이라도 경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제시한 기준에 부합하는 경우 주지사의 판단에 따라 코로나19 대응 조치를 완화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주지사에게 최종 결정권을 넘기는 대신 3단계 대응 지침을 마련했다. 큰 틀에서 관리하되 지역별로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달라 유연하게 대처해가겠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하면서 “몬타나ㆍ와이오밍ㆍ노스다코타주를 보면 뉴욕이나 뉴저지와는 많이 다르다”고 언급했다. 만약 최근 14일간 확진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상황이 나아졌다고 판단하면 새 지침에 따라 완화 조치를 바로 시행해도 된다는 설명이다. 조건에 맞지 않다면 현행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9개주가 앞으로 며칠 안에 경제 재개를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그는 “완화 조치 시행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판단되면 연방정부가 관련 의견을 강력하게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미 정부는 ‘미국의 재개’라는 제목의 3단계 대응 지침을 제시했다. 14일간 지속적으로 환자가 감소하고 병원이 위기 전 상태로 돌아갔다면 1단계에 들어갈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식당, 영화관, 스포츠 장소, 예배 장소 등은 엄격한 신체 거리 제한 규정을 두고 운영한다. 다만 개인은 10인 이상의 모임을 피하고 고용주는 재택근무를 장려해야 한다. 학교와 술집은 폐쇄 상태를 유지한다. 2, 3단계로 넘어가면서 점차 완화 조치를 풀어가는 식이다. 병원과 양로원 방문이나 술집 영업 등은 3단계에 가서 허용된다.
이번 지침과 관련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서서히 경제를 재개하기 위한 시작으로 “게임이 끝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각 단계별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제한조치가 여전히 있고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파우치 소장은 “백신 개발 전까지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코로나19를) 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 내 확진자 수는 65만8,263명으로 전날보다 2만9,114명이 늘었다. 사망자 수는 2,024명 증가해 3만2,186명으로 집계됐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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