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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영남, 파란빛 호남… 더 진하게 칠해진 지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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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영남, 파란빛 호남… 더 진하게 칠해진 지역주의

입력
2020.04.16 21:00
수정
2020.04.16 21:59
4면
0 0

 영남권 민주당 당선은 7석에 그쳐 

 4년 전보다 3석 감소, 김부겸도 져 

 호남은 민주당으로 색깔 갈아치워 

 통합당 ‘제2의 이정현 정운천’ 없어 

총선 유세 시작 첫날인 2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수성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후보가 선전을 다짐하며 악수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총선 유세 시작 첫날인 2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수성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후보가 선전을 다짐하며 악수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한국 정치 지형에서 흐릿해지는 듯 했던 지역주의가 4·15 총선에서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각자의 텃밭인 호남과 영남 의석을 각각 싹쓸이하면서다. 두 당 모두 중도 확장보다는 편가르기 식 지지세력 결집에 집중한 탓에 지역별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면밀히 살펴보면 영남권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은 선전 끝에 아깝게 패배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통합당의 경우 당선 가능성이 낮은 호남 지역에 애당초 후보 자체를 거의 내지 않은 결과였다. 결국 승자독식의 원칙이 적용되는 소선거구제의 허점이 이번 선거에서도 확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따낸 영남권 의석은 부산과 경남 각각 3곳, 울산 1곳 등 총 7석에 불과하다. 대구 12개 지역구와 경북 13곳에선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 부산 5곳, 경남 3곳, 대구 1곳을 얻으며 지역주의 극복의 희망을 맛봤던 민주당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특히 4년 전 민주당 소속으로 대구에서 처음 당선되며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이 됐던 김부겸(수성갑) 후보는 이번엔 39.2%를 얻는 데 그쳐 59.8%의 주호영 통합당 후보에게 밀려났다. 4년 전 무소속으로 대구 북구을에 출마해 당선된 홍의락 민주당 후보도 이번엔 김승수 후보에게 패했다.

호남의 경우 승자가 20대 총선 국민의당(28석 중 23석)에서 이번 총선 민주당(28석 중 27석)으로 바뀌었다. 20대 총선 당시 호남에서 3석밖에 얻지 못했던 민주당을 지역 유권자들이 밀어준 결과다. 반면 20대 총선에서 이정현(전남 순천) 정운천(전북 전주을) 의원을 호남에 입성시킨 통합당은 이번 선거에선 단 한 명도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게다가 후보 자체도 28곳 중 12곳에만 나갈 정도로 처음부터 준비가 부족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16일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상대를 ‘적’으로 몰아가는 프레임이 세게 걸렸다”면서 “양 극단으로 나뉜 진영정치가 지역주의를 다시 자극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당의 대립이 격해지면서 유권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몰렸고, 이 과정에서 일부 지역감정을 부추겼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범여권 180석 확보 가능’이라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발언 이후 영남 보수가 결집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한 지역구에서 한 명만 당선자를 내는 소선거구제의 허점이 민심을 왜곡한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 영남권 후보 별 득표율 자체는 석패에 가까운데도 득표 비율만큼 의석을 얻지 못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석패율제 등으로 특정 정당 지역 독점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는 이유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영남권에 출마해 통합당 후보와 경합을 벌인 민주당 후보들도 상당히 많다”며 “10% 차로 패배한 것과 30% 차로 패배한 것은 분명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산 18개 지역구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중 16명은 30% 이상의 득표율을 보였다. 통합당 후보를 꽤 위협할 정도로 경합을 벌였고 3명의 당선자도 낸 만큼 영남 민심이 완전히 한 쪽으로 쏠리지는 않았다는 얘기도 가능하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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