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후보들을 더 많이 당선시키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4ㆍ15 총선에서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든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6일 끝내 눈물을 보였다. 당초 정의당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하며 원내교섭단체(20석) 지위 획득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거대 양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의 등장으로 6석에 그치며 ‘현상 유지’를 하자 책임을 느낀 것이다.
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5, 6매 분량의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그는 “수구 보수 세력에 대한 심판” 등 이번 총선의 의미를 설명할 때만 해도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하지만 당 후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무엇보다…”라고 하는 순간에 말을 잇지 못했다. 심 대표는 감정이 복받치는 듯 10여초간 말을 잇지 못하고 울기를 수 차례 반복했다. 그는 “무엇보다 모든 것을 바쳐 고단한 정의당의 길을 함께 개척해온 우리 자랑스러운 후보들을 더 많이 당선시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자책했다. 심 대표가 울먹이는 사이 일부 당직자와 후보들도 눈물을 훔쳤다.
당초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요건인 20석을 확보해 ‘제3지대’ 구축을 목표로 했다. 한때 흔들리기도 했지만 선거 직전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꼼수’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정의당 지지로 돌아설 것”이라며, 정당 득표율 15% 안팎을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최종개표 결과 실제 정당 득표율이 9.6%에 그치며, 비례 의석 5석만을 확보했다. 지역구 또한 4선에 성공한 심 대표를 제외하면, 윤소하(전남 목포)ㆍ이정미(인천 연수을) 후보 등 나머지 75명은 지역구에서 모두 낙선했다. 심 대표는 “10% 육박하는 지지율에도 여전히 300석 중 2%의 목소리만을 갖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심 대표의 눈물 속에는 21대 국회에서 정의당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섞여 있는 듯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각각 163석과 17석을 얻어 180석을 확보했다. 개헌을 제외한 모든 법안ㆍ예산ㆍ정책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할 의석 수를 확보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 동안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며 개혁의 실리를 취해온 정의당은 21대 국회에서는 존재감을 상실한 가능성이 커졌다. 정의당 핵심 관계자는 “거대 양당이 대변하지 못하는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 편에 서겠다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당의 미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며 “심 대표 중심의 지도부 체제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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