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이혜훈, 박순자 모두 민주당 정치 신인 상대로 줄줄이 낙선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미래통합당은 충격의 패배에 휩싸였다. 기존 야당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존재감을 내세우던 여성 후보자들도 ‘민주당 대세’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나경원, 이혜훈, 박순자 미래통합당 후보는 모두 3선 이상의 베테랑 의원들이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당의 정치 신인들에게 국회의원 자리를 내줘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그만큼 이들의 패배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결과에 따르면 ‘판사대전’으로 불린 서울 동작을에서 4선 의원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는 초선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당선자에, 3선 현역 이혜훈 미래통합당 후보는 초선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당선자에, 3선 현역 박순자 미래통합당 후보는 청년 정치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당선자에 각각 패배했다.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는 서울 동작을에서 45%의 득표율을 얻어 52.1%의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당선자에 7.1%포인트 차이로 졌다. 서울 동작을을 지켜온 나 후보는 미래통합당 전신 자유한국당 시절 원내대표까지 지낸 보수권 대표주자다. 하지만 ‘개혁’과 ‘새 얼굴’을 내세운 이 당선자에게 고전하다 결국 이를 뒤집지 못하고 5선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혜훈 미래통합당 후보(43.8%)는 수도권 격전지로 꼽혔던 서울 동대문을에서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당선자(54.5%)에 10.7%포인트 차이로 낙선했다. 20대 국회 후반기 정보위원장을 지낸 이 의원은 서울 서초갑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당의 권유에 따라 지역구를 옮겨 출마했다. 당초 현역 동대문을 지역구 의원인 민병두 후보가 민주당에서 공천에서 배제되면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당선자와 3자 구도를 형성하면서 이 후보 입장에선 해볼만한 승부처가 됐다. 하지만 민 후보가 총선 완주를 포기했고 결국 이 후보는 패배를 맛봤다.
박순자 미래통합당 후보 역시 3선 현역 국회의원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안산단원을은 지금의 지역구로 재편된 17대 총선 이후 진보 정당과 보수 정당이 번갈아 당선될 정도로 매번 격전이 펼쳐지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조국의 남자’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당선자가 이곳에 전략공천되면서 ‘조국 대 반(反) 조국’ 대결지로 분류돼 관심을 받았다.
특히 선거운동 기간 막바지 김 당선자가 지난해 초 성적 비하 발언이 오고 간 유료 팟캐스트에 출연한 사실이 나오면서 고전하면서 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개표 초반에는 박 후보가 앞서나가는 것으로 나왔지만 새벽 3시 이후 김 당선자가 역전하면서 박 후보(46.8%)는‘젊은 일꾼’을 강조한 김 당선자(51.3%)에게 패배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